[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만모한 싱 박사가 2019년 12월 서울에 왔다. 세미나에 참석한 그는 "우량 금융자산의 축소로 인해 채권시장의 수요와 공급 기능이 약해졌다"며 "세계 금융시장이 우량자산 부족에 시달릴 경우 아시아의 우량 담보물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 참석자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그 과정에서 금융위험이 전가되면 어떡할 것인가."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이 한국 등 상대적으로 우량한 다른 시장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싱 박사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삼국지에서 동오의 주인인 손권이 한 장수와 대화를 나눴으나 장수의 식견이 생각보다 많이 부족한 데 대해 실망했다. 손권은 그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고 권했다. 주군의 권유는 지시와 마찬가지다.얼마 후 손권의 수하들 가운데 가장 학식이 출중한 노숙이 이 장수와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평판과 전혀 다른 놀라운 지식을 장수가 과시했다. 주군의 지시와 같은 권유에 장수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 분명했다.감탄한 노숙은 "공은 이제 오하의 아몽이 아니오"라고 말했다.장수는 이에 대해 "선비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 사람들의 '국뽕'기질이 특히 안 좋게 나타나는 것은 다른 문화나 인종에 대한 편견이 극심할 때다. 특히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들을 '선진국 외국인'과 '외노자급 외국인'의 극단적인 두 분류로 나눠 대접하는 행태는 심각하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에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국민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건전하고 상식에 기초한 세계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일이다.동남아시아는 특히 한국인들이 정확하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못한 편견을 가진 지역이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이 '아시아만의 BIS' '아시아만의 리보'를 이끌어야 하는 이유 가운데 첫 번째는 한국에게 이를 활용할 절실한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국경 간 담보의 활성화다.쉽게 말해,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도 국고채를 담보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금의 국고채는 전 세계에서 톱5가 되는 우량채권이다. 그러나 우량하기만 할 뿐, 쓸 데가 별로 없다. 한국을 벗어나면 이 채권은 오로지 한국 정부가 만기가 돼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한다는 의미만 갖는다. 이걸 담보로 해서 런던이나 뉴욕은행으로부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콧대 높은 서구인들만의 잘못으로 2008년 전 세계는 금융위기를 겪었다. 이 위기에 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가 무엇하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없다. 순전히 미국 금융인들의 방만한 금융행태가 저지른 사태다.그러나 이들이 저지른 잘못의 여파에서 아시아 역시 벗어나지 못했다. 금융상품이 원금커녕 절반도 안되는 평가금액으로 폭락했고 경기가 침체됐다. 금융회사들은 부실폭풍을 차단하느라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이렇게 혹독한 시련을 겪었는데도 아시아의 서구 금융에 대한 맹신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달러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경제에서 산업과 금융은 근육과 피의 관계다. 산업이 근육이고 금융은 피, 즉 혈관체계다.겉으로 보기에 근육은 멋지다. 이에 비해 피는 섬뜩하다. 근육은 멋진 모델들 사진이 떠오르지만 피는 공포영화가 생각난다.하지만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반대다. 근육 표면에는 많은 세균도 붙어산다. 피는 이와 달리 불순물들이 제거된 지극히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경제의 근육인 산업은 멋진 건물도 짓고 첨단 물건도 만들어내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지만 그 속에는 좀비가 된 기업이나 불건전한 의도를 가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확률에는 공리라는 것이 있다. 수학적으로 증명하려고 덤벼들지 말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 세 가지다. 셋 가운데 독립적 경우들에 대한 내용은 이 글과 무관하므로 나머지 둘만 소개한다.첫째, 확률값은 1보다 작아야 한다. 둘째, 확률값은 0보다 작은 음수여서는 안된다.이같은 공리는 증명할 방법도 없고, 증명할 필요도 없다. 만약 이 공리를 부정하면 확률이란 학문이 존재 불가능해진다.확률이란 어떤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다. 1이면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이고 0이면 절대 일어나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매일매일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재산을 들었다 놓는 숫자가 있다. 런던은행간금리(LIBOR, 리보)다.세계 주요 은행들이 거래한 금리 수준을 집계해 톰슨 로이터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공지한다. 리보가 공지되면 모든 금융거래가 이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이를테면 한국의 은행이 단기 자금을 빌릴 때 리보 3개월물에 가산금리 약간을 더해서 빌려오는 방식이다.톰슨 로이터는 UN과 같은 국제연합기구도 아니고 Fed나 ECB 같은 당국기관도 아니다. 완전한 민간기관이다. 그런데도 이런 민간기관이 리보 공지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이른바 '레거시'의 문제는 컴퓨터 기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구태를 지키기 위한 어리석은 행태는 어디서나 발견된다.이걸 꼭 누가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사악한 의도에서 사회의 바람직한 개혁을 막는다는 비판에는 좀 조심스럽다. 지키려는 사람이나 고치려는 사람이나 저마다 충정에서 비롯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본다. 이들의 충정은 자라면서 받은 교육과 사회가 부여한 가치관 등에서 형성됐다.인간이 자신의 창조물에 의해 오히려 지배당하는 '소외' 현상은 여기도 마찬가지다. 잘못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매트릭스에서 프로그래머 '앤더슨'에 머물러 있는 키아누 리브스는 스미스 요원에게 체포된다.취조실에서 스미스는 "우리가 조사해 보니 두 개의 삶을 살고 있더군"이라고 말문을 연다."하나는 잘 나가는 회사의 촉망받는 프로그래머"라고 얘기할 때 스미스 요원의 말투는 자상하다. 그러나 돌연 어조를 바꿔 "또 다른 하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엄중하게 꾸짖는다.참 인간들을 탄생부터 세뇌해 식민지 백성처럼 부려먹는 매트릭스는 스미스 요원에게 착취의 도구 역할을 맡겼지만, 이를 '백신'이라는 그럴듯한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루디거 돈부시 MIT 대학교 교수가 생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1996년 겨울이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율 석학의 한국방문 역시 바로 다음해 'IMF 위기'를 예고한 듯도 하다.금융연구원 주최 환율세미나에선 돈부시 교수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계자 등 많은 해외전문가들이 금융연구원의 박사들과 함께 이른 아침부터 토론을 벌였다.오후 늦게 한국 당국자의 주제발표시간이 왔다. 이 당국자는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자신의 발표시간에 맞춰 나타났다. 미리 배포된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국제 금융이 전대미문의 시대를 맞고 있다.이른바 '그렉시트'로 유로존 와해 위기를 가져왔던 그리스는 오히려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유로존의 마이너스 금리는 너무나 심각해 UBS는 50만 유로(약 6억5000만 원) 이상 예금에 연 0.6%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고액 예금자라면 이자를 바쳐가며 모셔 와도 시원찮을 은행원들이 오히려 "너무 많은 돈을 맡기셨다"며 일종의 보관료를 떼 간다는 것이다. 200만 스위스프랑(약 23억7000만 원)에는 0.75%의 수수료를 가져간다.형편으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금리인하보다 장기국채를 매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로부터 8일 후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 이외 정책수단이 있다"고 말했다.다시 8일이 지나 국회에서 이 총재는 이에 대한 설명요구를 받았다. 이주열 총재는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감안할 때 아직은 고려할 단계가 아니지만 연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심상정 의원은 소수 진보정당 소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에는 유전 10개 가치에 해당하는 보물이 있다. 1998년 당시 이걸 얻을 때의 가치가 그 정도였으니 제대로 이걸 발전시켰으면 유전 20개 또는 30개에도 달할 만한 것이다.채권시장이다.대한민국의 금융시장 역사가 몇 년인데 채권시장이 1998년 생겼다는 말이냐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채권 자체야 한민족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현대 금융시장의 한 축으로 제대로 유통시장을 형성한 것이 단기(檀紀) 4331년인 1998년에 와서다.이 나라의 고위공직자 가운데 정말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요즘 세상에서 수상한 건 마이너스 금리뿐만 아니다. 미국도 과연 이것이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미국이 맞나싶은 모습들이 자꾸 나온다.한국은행이 국정감사만 받으면 금융통화위원들이 정부 입김으로 금리를 결정한다는 비판이 매년 나왔다. 독립된 중앙은행이 아니라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고약한 조롱을 달고 살다시피 했었다. 이런 푸념을 할 때마다 따라붙는 얘기가 '우리는 언제 미국처럼 할 수 있나'는 자조였다.이런 자조가 최근 2년 동안 크게 사라졌다. 미국 하는 일이 우리가 해오던 것과 별로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수학도 골치 아프게 공식을 외우는 방법보다는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하는 길이 있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다.가장 예술적인 수학 교육방법이 도표를 그리게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등장하는 수직선은 이런 예술적 수학 공부의 첫걸음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중학생 때는 이차원 평면에 함수를 그린다.사실 그림으로 공부하는 수학은 중학생이나 대학교수나 큰 차이는 없다. 사람이 쉽게 그릴 수 있는 건 이차원 평면이 전부다. 삼차원도 그릴 수는 있지만 대부분 컴퓨터에 의해 가능하다.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조선이 고려를 대신한 1392년부터 개화기에 접어들 때까지 주된 생산도구는 변함없이 소에 매단 쟁기였다. 조선뿐만 아니다. 한민족은 삼국시대 철기문명에 들어선 이후는 기술적으로 커다란 혁신을 경험하지 못했다.오늘날의 경제성장 개념을 적용해보면, 인구 증가에 따른 자연성장, 상업기술 발달 말고는 이렇다 할 성장요인이 없다. 인구증가 역시 1970년대 한국이 걱정했던 인구폭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이는 오늘날과 비교할 수도 없이 많이 낳았다. BBC가 최근 보도에서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1950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은행이 2019년 10월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1.25%로 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얘기로는 앞으로 금리를 더 내릴 수도 있다.여기서 한번이라도 더 내리면 사상최저 금리가 된다. 뭐든지 '사상 최고' '사상 최저'같은 것이 덧붙으면 말의 성찬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놀림이 더욱 거세진다.그런데 녹차 한잔 마시면서 5분만 심신수양을 해보면 참으로 부질없는 얘기다. 도를 닦는다는 것이 아니다. 그냥 상식적으로 그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평범한 기억력으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1999년 영화 매트릭스는 21세기를 시작하는 인류의 위대한 명작으로 평가된다.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주인공 니오는 원래 앤더슨이라는 평범한 컨설턴트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살아가는 앤더슨에게는 궁극의 해답을 찾으려는 본능이 숨어있다. 그 본능은 앤더슨을 지금 살아가는 이 세계가 허구가 아닐까라는 의구심으로 이끌었다. 마침내 매트릭스를 통해 모든 세계가 조작된 허상인 것을 알게 되고 이를 깨뜨리는 영웅 니오가 된다.오늘날의 사람들이 가상세계에 대한 열망을 더해가는 한편으로 과연 우리가 살아가
[최공필 박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공감대 하나는 필요하다. 이 공감대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든, 긍지와 자부심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한국 경제가 가끔씩 큼직한 문제에 닥치기는 했지만 어떻든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를 평가한다면 성공한 경제의 하나라는 것이다.1970년대 입학한 지금의 586세대는 초등학교, 즉 국민학교 저학년일 때 한국이 대단히 잘 사는 나라인줄로 알았다. 학교 복도 곳곳에 가득한 '1981년 수출 100억 달러, 국민소득 1000 달러' 구호는 전 세계 최고수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