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감사원-언론도 모두 우스운 산업은행의 낙하산

 이명박 정부 들어 산업은행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일부 임원들은 쾌재를 불렀다. 퇴직 후 갈곳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KDB산은캐피탈 사장이나 대우증권 이사회 의장자리는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출신들의 몫이었다. 2012년에도 산은캐피탈 사장자리는 어김없이 산은 수석부행장출신에게 돌아갔다. 일반 부행장 급 이하 임원 및 간부들은 다른 출자회사 부사장자리를 노렸다.
 
두말할 것도 없이 산업은행 임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낙하산 처 중 하나가 대우조선해양 부사장(CFO)자리였다. 이 회사는 기업 규모가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연봉도 꽤 괜찮은 것으로 소문나 있었다. 이명박 정부초기 민유성 행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무산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산업은행 임원급을 대우조선 해양 부사장으로 내려 보냈다. 그는 민 행장과 경기고 동기동창사이였다.
 
그러나 강만수 행장 체제로 바뀌고 난 뒤에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자리는 여전히 산업은행 퇴직임원의 몫이었다. 앞서 민유성 행장이 내려보냈던 부사장의 임기가 끝나자 산업은행은 또다시 부행장 출신을 대우조선해양 CFO겸 부사장으로 낙하산을 태워 보냈다.
 
대우건설도 산업은행의 우산 속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부사장 자리 하나를 산업은행 임원출신에게 할애했다. 금호그룹에서 인수된 KDB생명 부사장자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산업은행에서 돈을 많이 꿔 쓰고 있는 STX 그룹에도 부행장 출신이 투입됐다. 산업은행 의존도가 높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쌍용양회에도 산업은행 퇴직 임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산업은행이 출자회사나 대출이 많은 기업 여기저기에 쉴 새 없이 낙하산을 떨어뜨리자 국회가 가만있지 않았다. 2012년 10월1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산업은행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정감사장에서 드러난 산업은행의 낙하산 실태는 상상을 초월했다. 산업은행 고위직 퇴직자 3명중 1명이 자회사 등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자리를 옮긴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산업은행이 민주통합당 강기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2007년 이후 재취업에 성공한 산업은행 부장급 이상 퇴직자 70명중 무려 24명(34.3%)이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특히 이들 중 14명은 사장 또는 부사장으로 낙하산 됐고 나머지 10명은 감사자리를 꿰찼다. 여기에 산업은행 지분 출자없이 대출을 많이 받은 기업들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산업은행 출신을 모셔가야 했다. 그래야만 산업은행의 돈을 수월하게 꿀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산업은행 낙하산 사태는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어느새 고질적 관행이 돼버렸다. 해마다 국정감사의 단골메뉴가 돼버렸다. 2년전 국정감사에서도 민주당의 신건 의원은 당시 기준 산업은행 고위 퇴직자 38명중 재취업에 성공한 28명이 산업은행이 지분을 소유한 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똑같은 지적이 올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돼 일어난 것이다.
 
산업은행 낙하산 실태는 국정감사가 아닌 기간에도 집중 성토되기 일쑤였다. 국회 뿐만 아니라 언론과 감사원까지 나서 종종 낙하산 관행을 탓하고 나섰으나 ‘소 귀에 경 읽기’였다.
 
한 지상파 방송은 지난 2010년2월 “산업은행은 퇴직해도 ‘신의 직장’”이라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내면서 산업은행 임직원이 거래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전했다. 당시 기준 지난 5년간 퇴직한 임직원 40명 가운데 70%가 관련기업에 재취업했다는 보도였다. 이 방송은 이어 새로 인수한 KDB생명에는 사장과 부사장 모두 산은에서 낙하산 됐고 퇴직자 17명은 동부제철, GM 등 산은 지분 소유 기업에, 11명은 산업은행이 투자한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당시상황을 전했다.
 
이 방송은 그러면서 산업은행의 퇴직 임직원 낙하산 관행은 보도일 기준 2년 전 감사원감사에서도 지적받았지만 요지부동이라는 멘트도 덧붙였다. 적어도 낙하산 인사에 관한 한 산업은행은 국회도, 감사원도, 언론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소불위의 존재가 돼 있었다.
 
산업은행이 왜 그토록 문어발 확장을 즐기는지 그 이유가 명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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