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새삼 이제 와서 산업은행의 문어발 확장과 낙하산 인사를 성토하고 나선 것은 단순히 그들이 부러워서가 아니다. 시기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신의 직장임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도 아니다.

 
이유는 다른데 있다. 행여 그들이 저지를 지도 모르는 잘못된 유착관계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은행과 채무기업이 유착하면 어떤 끔찍한 결과가 일어날 수 있는지 우리는 여러 사례를 통해 똑똑히 목격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거대 은행출신 인사가 거래기업이나 투자기업에 마구 낙하산 돼 부적절한 유착관계라도 형성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은행과 부실기업이 유착해 행여 부실기업 부당지원과 같은 엄청난 폐해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또 이 같은 여파로 산업은행이 큰 어려움에 봉착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근심 때문이다. 이런 염려는 비단 필자만의 기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걱정하는 공공의 관심사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걱정스런 사례는 해마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부각되고 있다.
 
2년 전 국정감사에서도 당시 민주당의 신건 의원은 산업은행 간부들의 낙하산 인사를 지적하며 “전관예우”가 존재할 가능성을 우려했었다. 당시 신의원은 지난 2009년말 4000원을 대출받은 H개발은 바로 다음달인 2010년1월에 산업은행 출신을 데려갔다고 전했다. 또 400억원을 대출받은 T글로리라는 업체는 불과 1개월 후 산업은행 출신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고도 했다. 인천 송도 ‘I아트센터’라는 회사는 한술 더 떠 산업은행 출신을 영입한 뒤 대출승인을 얻어냈다고도 했다.

신 의원은 그러면서 산업은행이 감독기관은 아니지만 대출 등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에 자행 고위직 출신들을 대거 낙하산 시킬 경우 전 직장에 대한 로비 등 각종 불법과 비리가 싹틀 수 있다고 걱정했다. 아울러 정책금융분야에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여지 또한 큰 만큼 이런 관행을 줄여나갈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 낙하산 관행에 대해 “채권 채무자 사이에 이해상충의 문제가 나타나서 결국 그 부담이 여타 이해관계자에게 전가되는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 경제개혁의 목소리른 내고 있는 이혜훈 최고위원 역시 최근 ‘초이스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산업은행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위원은 산업은행 때문에라도 “금산분리를 해야한다”고 했다.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의 유력인사까지 산업은행을 걱정하고 나선 것은 산업은행 문어발 확장과 낙하산 우려가 얼마나 큰 지, 그리고 이것이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큰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지를 실감나게 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산업은행 개혁이 얼마나 시급한지 깨닫게 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