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9월13일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초이스경제' 기자와 만나 “산업은행 때문에라도 금산분리(금융산업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해야한다”고 밝힌 것은 뜻밖이었다. 여당 고위층까지 나서 국책은행의 개혁에 대해 서슴없이 말문을 연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이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주요 추진 인사이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신촌 서강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서강경제포럼 가을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다.곧바로 그의 강연이 이어졌다. 화두는 역시 경제민주화였다. 그는 경제민주화 운동의 방향과 관련해 재벌 개혁(1단계)-문화 유통 약자보호(2단계)-조세정의 실현(3단계)-노동시장 개혁(4단계) 등 4단계의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강연중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와 마찬가지로 금융의 산업자본 지배 또한 문제가 있지 않느냐의 참석자 질문에 “바로 그것이 동반 부실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왜 그토록 산업은행의 방만한 문어발 확장과 낙하산 인사를 싫어하는 지 알 것 같았다.
 
그는 금융회사가 지배 목적 없이 투자 차원에서 산업의 주식을 갖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금융회사의 모든 투자를 다 막을 수는 없다는 단서도 달았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지분의 5%를 넘어가면 지배목적을 가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못박았다.

▲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 중인 이혜훈 최고위원(오른쪽)과 황우여 대표. /자료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편집장은 강연이 끝난 뒤 이혜훈 최고위원과 별도 인터뷰에 들어갔다. 장 편집장이 산업은행 개혁방향을 물었고 이 최고위원의 대답은 날카롭고 거침이 없었다.
 
이 최고위원은 “산업은행의 방만한 자회사 운용과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 때문에라도 금산분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KDB산은금융지주와 산업은행(지주 회장겸 행장 강만수)이 부실처리과정에서 지분을 인수한 회사들의 임원진에 산업은행 인사를 내려 보내는 행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산업은행의 그 같은 행위 때문에라도 금산분리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산금채(산업은행에서 발행하는 채권) 팔던 분들이 기업에 대해 잘 알겠는가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의 지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들어 산업은행의 우산아래에 있는 기업들은 많은 사고를 쳤다. 산업은행은 부실기업을 인수해 놓고도 인수기업의 최고경영자 하나 마음대로 바꾸지 못했다. 부사장 급 낙하산 인사만 내려 보낼 줄 알았지 인수기업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던 것이다.
 
옛 대우계열사였던 산업은행 자회사들이 연이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새 주인인 산업은행의 체면에 먹칠을 가하기도 했다.
 
2010년 10월엔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와 당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사장이 구설에 휘말렸다. 검찰이 남상태 사장 연임로비 의혹 등과 관련해 대우조선의 협력업체들을 압수수색하는 일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2012년엔 대우건설과 대우증권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 대우증권에선 임기영 사장 퇴임 무렵 대우증권 간부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되는 일이 발생했다.
 
대우건설에 대한 수사는 아주 요란했다. 4대강 공사 로비의혹등과 관련해 강도 높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잇따랐다. 파장도 컸다. 산업은행이 어렵사리 인수해 거액을 들여 살려놓은 대우건설이 로비의혹으로 수사나 받다니 산업은행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역시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일인지 입증이라도 하듯 대우건설 수사 파장은 그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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