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첨단기술 보호 관련 산업보안 전문가 인식조사
기술유출 피해액, 총 연구개발비의 60.4% 육박
전문가들 "한국의 기업·기관 기술보호 수준, 선진국 대비 낮아"
기술유출 피해 연 56.2조원, 한국 전체 R&D투자액(93조)의 60.4%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 중국(92.3%)에 대한 우려가 압도적
기술보호 역량, 10점 만점에 중소기업·대학(각 3.0), 중견기업(5.0) 순 취약
대책...기술유출 처벌 강화(19.6%),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 확대(17.7%)

반도체대전 2022.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반도체대전 2022.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 이하 전경련)는 27일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연구개발(R&D) 역량과 투자 수준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 보호 경쟁력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술유출 처벌강화,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 확대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산업계와 학계 등 산업보안 전문가 26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첨단기술 보호 수준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국내 기술보호 수준은 선진국 대비 취약(응답자의 84.6%)하고 첨단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첨단기술 R&D 역량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 이상(57.7%)이 선진국과 비교해 비슷(38.5%)하거나 높다(19.2%)고 진단했다. 반면, 산업보안 전문가 10명 중 8명(84.6%)은 우리나라 기업·기관들의 첨단기술 보호 및 기술유출 방지 수준이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낮다(약간 낮음 69.2%, 매우 낮음 15.4%)고 응답했다. 첨단기술의 R&D 역량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그 기술을 보호하는 것은 미흡하다고 본 것이다.

기술보호 및 유출 방지 수준이 선진국 대비 낮다고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첨단기술 유출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 부족(18.2%)이 꼽혔다. 또한 ▲기술유출 시 처벌 및 손해배상 수준 미흡 ▲기업·기관의 기술유출 시 공개 및 정보공유 기피 관행과 소극적 대처 ▲첨단기술 취급 기업·기관 및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이상 각 15.9%)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산업보안 전문인력 및 보안 전문기업 부족(13.6%) ▲기술보호 관리 시스템 미비(11.4%) ▲기술보호 관련 교육 부족(6.8%) ▲기타(유출통제 취약 등, 2.3%) 의견이 뒤를 이었다.

해외 유출을 포함해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우리나라의 연간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33.4%가 '40조~60조원'으로 추정했다. 이어 18.5%가 80조~100조원으로 예상했다. 응답 수치 또는 응답 구간별 중간값의 평균으로 도출한 피해액은 56.2조원이었다. 이는 우리나라 명목 GDP(2021년 기준 약 2071조원)의 약 2.7%, 2020년 우리나라 총연구개발비(약 93.1조원)의 약 60.4% 수준이다.

특히 전문가 10명 중 9명(92.3%)은 기술유출 및 보호 분야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으며, 미국(7.7%)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선진국의 첨단기술 보호 역량을 10.0으로 산정했을 때 우리나라 주요 기관별 기술보호 역량 수준은 '중소기업'과 '대학'이 공동으로 가장 낮게(각 3.0) 평가됐다. 이어 ▲중견기업(5.0) ▲정부출연 연구기관, 공공연구소(5.2) ▲대기업(7.7) 순이었다.

우리나라의 첨단기술 보호 역량 강화를 위해 시급한 정책으로 '기술유출 행위 관련 처벌 강화(19.6%)'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또한 '경제안보·기술보호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 확대(17.7%)'도 주요 정책과제로 꼽혔다. 이어 ▲기술보호 관련 대국민 인식개선 및 유출피해 사례 확산 ▲산업보안 전문인력 및 관련 기업 육성 강화 ▲첨단기술 취급 인력에 대한 관리 시스템 도입(이상 각 13.7%) ▲국가핵심기술 보유기업 및 핵심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11.8%) ▲기술보안교육 및 컨설팅 확대(5.9%) ▲기술 가치평가 전문성 강화(3.9%) 순으로 나타났다.

안성진 한국산업보안연구학회장은 "기술보호에 대한 법률, 제도 등이 산재해 있어 이를 통합 관리하는 거버넌스 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최종 기술 확보까지 전 단계에 걸친 기술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기술보호 관련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과 교육과정의 전문화가 필요하다"며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세부적인 기술보호 정책과 보호체계 구축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는 기관의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상위권의 과학기술 경쟁력에 비해 지식재산 등의 보호 수준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면서 "지난 6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2022년 '과학 인프라'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63국 중 3위를 기록했으나 '지식재산권 보호 정도'는 37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인 과학 인프라 경쟁력 대비 지식재산 보호 수준은 수 년간 낮게 평가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경련은 덧붙였다.

전경련 유환익 산업본부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경쟁력이 높은 우리나라는 핵심기술과 인력 유출의 위험이 크다"며 "우리 기업들이 많은 자금과 시간을 투자해 어렵게 개발한 기술과 무형자산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경각심을 높이고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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