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의 이훈국 연출
 
[초이스경제 백유진 기자] 우리나라는 10년 째 ‘OECD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일이 흔하게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연출가 이훈국은 자살을 하나의 가십거리로 여기는 사회 현실을 꼬집기 위해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죽여주는 이야기>의 중심인물 안락사는 자살사이트를 통해 자살을 도와주는 상품들을 판매합니다. 자살을 상품화해서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참 무서운 일이죠. 극본을 쓰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이 자살이라는 주제를 무겁지 않고 코믹적으로 풀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죽여주는 이야기>는 ‘자살을 하지 말자’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부조리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관객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할 뿐이다. 이훈국 연출은 ‘감추면 감출수록 더 하고 싶은 것’이라며,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하는 것이 <죽여주는 이야기>의 미덕이라고 말했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2008년 5월 15일 대학로에 첫 공연을 올렸다. 기존에 계획한 공연 기간 이 후에도 앵콜 공연을 이어오다 그 해 10월부터는 오픈런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해에는 대학로 연극 중 이례적으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죽여주는 이야기>는 현재 평일 평균 800명, 주말 평균 2000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7년 넘게 이어오는 장기 공연임에도 관객들이 꾸준히 <죽여주는 이야기>를 찾는 비결을 이훈국 연출에게 물었다. 
 
“자연스럽게 관객을 극에 끌어들인 것이 이유 아닐까 생각합니다. 관객을 자살 상품으로 만들어서 관객 몰입도를 높인 거죠. 연출을 시작하면서부터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배우들의 애드립 비중을 늘린 것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배우들에게 잔을 비워야 새로 담을 수 있다고 말해요. 기본적인 틀만 벗어나지 않으면 애드립을 통해 관객은 물론이고 배우들의 호흡까지 좋아지더군요.” 
 
최근 대학로 공연은 관객 참여형 연극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내용과 무관하게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 극의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많다. 반면 <죽여주는 이야기>에서 관객은 자살상품으로 극 속에 들어간다. 안락사는 자살을 하고 싶다며 찾아온 마돈나에게 이들을 소개하며 생생한 현장감과 개연성을 부여한다. 
 
한편으로는 마케팅 활동도 꾸준히 한다.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는 대학로 어느 곳을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길거리 포차부터 음식점 벽면까지 <죽여주는 이야기> 포스터로 도배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셜을 포함한 각종 업체와 제휴를 맺어 대중에게 알리는 활동도 열심이다. 이 모든 일은 이훈국 연출의 친형이자, 죽여주는 이야기의 제작사 삼형제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이훈제 대표가 주도한다.
 
 
▲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공연 현장
 
<죽여주는 이야기>는 보는 내내 관객들을 쉴 수 없이 웃게 만들지만 ‘묵직한 한 방’을 감추고 있다. 관객들이 보기엔 단순 코미디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고도의 계산이 반영된 부분이 많다. 이훈국 연출은 내용은 웃기지만 웃음 뒤에 무언가가 남는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즐기다가 가는 관객들도 있는 반면, 연극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파헤치면서 보는 관객들도 많습니다. 극중 인물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을 곰곰이 생각해 결말과 연결시켜보면 <죽여주는 이야기>를 보다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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