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그의 맏형 이맹희 씨(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간 상속 다툼에서 자주 등장하는 법정용어 가운데 하나가 ‘상속 개시일’이다. 일반인들의 용어로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타계일이다. 얼마 전 CJ와 삼성이 추모행사를 둘러싸고 다툼을 벌인 날로부터 정확히 25년 전, 1987년 11월19일이다.

28일 서울 지방법원 민사합의 32부에서 열린 재판에서 원고인 이맹희 씨 측 변호인단은 이날 벌어진 삼성반도체통신 주주들의 이상한 행태에 대한 의혹을 집중 부각시켰다.
 
원고 측은 상속 당시 삼성전자와 삼성반도체통신 주주 가운데 실제 차명주주는 지난 2008년 삼성특검에서 확정된 16명보다 크게 늘어난 68명이라며 이같은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다.
 
원고측은 “삼성 특검 당시에도 차명주주로 거론됐지만 확정 안된 사람도 있었고 특검에서 거론도 안된 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은 삼성카드 사장, 삼성화재 상무이사, 삼성반도체 비서실 비서팀장, 제일기획 회장 등의 신분에 개인으로서는 보유하기 힘든 막대한 주식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원고측은 “이들은 모두 1987년 1월7일 일제히 구주를 신주권으로 교체했는데 이는 특검에서 확정한 차명주주들과 똑같은 행태”라며 “이런 행위는 모두 삼성 관리팀에 의해서 이뤄진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원고는 또 의혹을 제기한 삼성반도체통신 주주들이 “1987년 11월19일 일제히 명의를 개설했는데 이날은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날”이라며 “회장이 돌아가신 날 이 사람들이 과연 이렇게 일제히 명의를 개설할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다.
 
원고는 이와 함께 2004년 3월1일자 머니투데이의 “거액주주 명단 속 ‘전주 투신’ 등 화제 만발”이란 기사를 관련 자료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고측이 요구하는 상속청구 재산도 4조원을 넘는 수준으로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피고인 이건희 회장 측 변호인단은 “차명주주라고 하는 사람들이 의결권도 독자행사하고 배당도 단독 수령했다”며 “이 사람들은 차명주주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피고측은 “삼성특검에서도 해당 주주들이 배당금을 바로 인출한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피고측은 또 “2002년 2월12일 이미 상속권 침해가 발생했고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며 “제척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소송을 기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창원 재판장은 “이미 재판 기록이 8000페이지를 넘어가고 있다”며 첨예한 이해가 엇갈린 재판 진행의 고충을 토로한 뒤 “오늘 구두 변론을 듣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이 정리됐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 오후 4시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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