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말은 사라져도 '맛'은 남아...각 분야서 부드러운 상품 경쟁적 출시

▲ 청담이상 준마이 다이긴죠
[초이스경제 이현경 기자] ‘힐링’이라는 유행어는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하지만 힐링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순한 맛은 외식 시장의 새로운 키워드가 되고 있다.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시원하고 달콤한’ 맛을 내세운 빙수는 지금의 외식 시장을 주름잡는 절대 강자다. 빙수는 전문 브랜드가 다수 등장함에 따라 여름 시즌을 넘어선 이후까지 내다보고 있다. 특히 콩가루를 듬뿍 뿌린 인절미 빙수는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다.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에 반한 소비자들 덕분에 ‘인절미’는 다른 메뉴에서도 소비된다. 
 
콩가루와 찹쌀떡을 빵 사이에 넣고 구워낸 인절미 빙수가 그렇고,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콩가루와 얇게 썬 견과류를 뿌린 인절미 아이스크림이 그렇다. 홍대에 둥지를 튼 ‘소복’은 동그랗게 만든 아이스크림 볼에 콩가루를 입힌 인절미 아이스볼을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부드러운 크림과 단 맛을 강조하는 디저트가 유행하는 것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신선한 우유로 만든 생크림을 롤 케이크 안에 가득 채운 ‘도지마 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없어서 못 파는’ 디저트 메뉴가 됐다. 파리바게뜨도 최근 2가지 맛의 디저트 롤케이크를 출시했다. 망고식스는 아예 ‘전 세계 디저트 메뉴를 모았다’는 컨셉 아래 차기 사업 모델로 카페 망고식스 2.0을 내놨다. 
 
심지어 주류 시장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소주 도수는 낮아지고, 향을 첨가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주류는 계속 출시되고 있다. 보해양조는 올 상반기 도수를 17.5도까지 낮춘 소주 ‘아홉시 반’을 출시해 화제를 낳았다. 아홉시반은 소주업계에서 최초로 선보인 도수 17도대 소주이기도 하다. 보해양조는 아홉시 반에 앞서 앞서 프리미엄 매실 원액에 화이트 와인을 더한 신개념 매실주 매이(MAY)를 내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사케도 이러한 열풍에 힘입어 새로이 각광받는 주류다. 이자카야 청담이상은 국내 사케 판매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데 이어 청담이상 시그니처 사케인 ‘청담이상 준마이 다이긴죠'를 내놨다. 청담이상 준마이 다이긴죠는 일본 니가타현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급 사케다. 은은한 과일향은 물론이고 목넘김이 좋아 ‘순한 술’을 찾는 최근 트렌드에 적합하다. 말 그대로 맛과 향을 즐기며 술자리까지 ‘힐링하는 느낌’으로 즐기고픈 요즘 소비자들을 겨냥하는 것이다.  
 
한 때는 ‘엽기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매운 맛을 자랑하는 음식이 외식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신길동 매운 짬뽕, 온누리 생돈가스의 ‘디진다 돈가스’, 동대문 엽기떡볶이 등 극강의 매운 맛을 자랑하는 식당의 음식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몇 방울만으로도 엄청나게 매운 맛을 선사한다는 캡사이신 소스는 온•오프라인 통합 인기상품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강한 맛’을 선호하지 않는다. 입안이 얼얼하도록 매운 맛으로 스트레스를 날린다고 말하던 사람들은 이제 매운 맛에서조차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사회환경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많은 이들이 강하고 자극적인 것에 대한 염증을 느낀다는 말이다. 
 
무언가를 먹는다는 일은 궁극적으로 몸을 활동하게 만드는 일이다. 지속적으로 활동하려면 건강해야 하고 건강 하려면 편안한 마음으로, 편안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외식 관계자라면 소비자들이 체감하고 움직이는 이 방향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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