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기자]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46)과 영국 찰스왕세자(66)는 경영권이나 왕위 승계 면에서 보면 정반대의 처지에 있다고 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72)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지 17일로 100일이 됐다. 이 회장의 건강이 상당히 회복되고 있다지만 아직 의사소통은 가능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같은 총수의 부재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급물살을 타고 있으며 이 부회장의 활동반경 또한 더 넓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삼성은 위기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경영환경이 어렵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적지 않아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이어갈 수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영국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88)이 올해 즉위 62주년을 맞았으며 여전히 굳건하게 왕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셀틱 파크서 열린 영연방 소속 국가들의 올림픽인 '제20기 커먼웰스 게임' 개막식에 참석해 대회개막을 선언하는 등 공식 일정을 무난히 소화하고 있다.

3살에 왕세자가 된 찰스 왕세자는 60년이 넘게 왕위 계승을 대기하고있어 차라리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이 왕관을 이어받아야한다는 말까지 나온 터다. 

어느 경우가 바람직한지, 또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 이재용 부회장은 일찍부터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하는 처지다.

장기화되는 총수의 경영 공백 속에서도 삼성그룹은 당초 우려와 달리 큰 차질 없이 경영을 해나가고 있다.
평소 '관리의 삼성'으로 불릴 만큼 잘 짜인 경영 시스템에 이 부회장이 그룹 전체의 구심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경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상적인 업무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경영진이 협의해 처리하지만, 중요한 의사 결정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관여함으로써 사실상 이건희 회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최근 7년여 만에 반도체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하거나 투병 중인 전·현직 직원과 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의 협상에 나선 것도 종전과 크게 달라진 태도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지난 5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분들중 일부는 세상을 떠났다"며 "이분들과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우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해 나가려 한다"며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안전과 보건관리 현황 등에 대해 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영업실적은 시장에 쇼크를 줄만큼 급락, ‘이재용 대리체제’의 순항에 가장 큰 장애물로 등장했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절대적인 삼성전자는 2분기 스마트폰 매출부진으로 영업이익이 8조원 아래로 떨어져 적신호가 켜졌다.

문제는 3분기도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중국시장에서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해외상황이 만만치 않다.

이와관련, 로이터통신은 “2분기 실적 악화와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체제가 어떻게 정착될 것인지가 삼성전자가 넘어야할 중대 관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빈자리를 우려하는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대외 활동은 젊은 재벌오너중에서도 가장 활발하다. 광폭행보라는 평도 있다.

우선 애플과 미국을 제외한 모든지역에서 특허소송을 철회키로 한 것은 삼성전자의 미래 불확실성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애플과의 이번 합의가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 출장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는 이번 합의를 이 부회장 대외활동의 가장 큰 성과물로 꼽는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중국 광둥성 휴대폰 공장을 방문해 생산현장을 점검했다. 중국시장에서 저가 보급형 모델이 쏟아지면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자 이에 대응키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8월17일 중국 난징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올림픽 후원 계약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계약서에 사인한 뒤 기념서명을 한 삼성 태블릿PC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현지 고위관리들을 만나 중국투자협력 확대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난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20년까지 올림픽 공식 후원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부터 11박 12일 일정으로 시애틀과 캘리포니아 현지 법인과 내년 완공될 예정인 캘리포니아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시찰하고 프랑스 파리에 들러 유럽 프리미엄 생활가전 현지 거래선과 협력사를 연이어 방문했다.

여름휴가를 생략하고 떠난 미국출장에서 그는 최근 관계가 서먹해진 래리 페이지 구글CEO, 팀 쿡 애플CEO를 만나 사업방향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8∼13일(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전 세계 미디어와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들이 참석해 주요 현안과 사업을 협의하고 친목을 다지는 자리다. 새로운 사업제휴나 '빅딜'이 성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이 선밸리 콘퍼런스에서의 성과를 구체화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 부회장은 선밸리 콘퍼런스 도중 애플 CEO 팀 쿡과 나란히 있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이때 이미 양사간 특허소송 철회의 가닥이 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과 부인 펑리위안(오른쪽)여사가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관을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왼쪽) 안내로 둘러보고있다
지난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때도 이부회장은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관으로 시 주석을 안내했다.  이 부회장을 이미 두번 만나 구면인 시 주석은 "삼성이 중국에서 다양한 사회공헌을 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 부회장은 우선 미국, 유럽, 중국 등 전략지역을 방문해 현안을 챙기는 등 활발한 대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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