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이재용 리더십 집중분석 보도... "아버지와 너무나 다르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29일 블룸버그가 삼성그룹의 차세대 주인으로 유력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업무스타일에 대한 집중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이끄는 삼성에 대해 “삼성은 종교이며 이건희 회장은 신”이라고 압축해 표현했다. 이는 삼성에서 근무한 일본인 엔지니어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그는 이건희 회장이 공장을 방문할 때는 직원들의 허름한 차가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도록 뒷공간으로 주차해야 했으며 직원들은 회장을 위층에서 내려다보지 못하도록 주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내용을 근거로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은 이와 크게 다를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우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장세진 싱가포르 국립대 경영정책 교수는 “이 부회장이 차기 황제가 될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아무 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이 부회장이 삼성에 정식 입사하기 전인 지난 2000년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3년 이재용 부회장 임명 당시 인사조치의 배경에 대해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스마트폰과 TV, 관련 부품에서 리더십을 강화했으며 구글의 래리 페이지 CEO와 애플의 팀 쿡 CEO를 만나 업무 협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또 스티브 잡스 시절의 애플이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를 작은 것으로 교체하기를 원하자 삼성은 필요한 칩을 개발하는데 동의했으며 이를 통해 이 부회장과 잡스 CEO의 협력관계가 증진됐다는 익명의 관계자 인터뷰를 전했다.
 
도이체방크의 테크놀로지 애널리스트였던 그렉 타는 2002년 서울의 한 파티에서 젊은 사람과 명함을 주고받았는데 그제서야 그가 이재용 부회장인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투자전문가 데이빗 헤로는 이 부회장의 의사 결정 스타일에 대해 “허세 부리기보다는 ‘오케이. 지금은 이 수준이지만 이대로는 앞으로 곤란할 겁니다’라는 식”이라며 “회사에 동기부여를 하는 사람으로서 상당히 성숙한 경영 사고로 보였다”고 전했다.,
 
동양의 권위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부친 이건희 회장과는 상당히 다른, 서구인들에게는 좀 더 친숙한 인상을 두 외국인이 공통으로 전하고 있다.
 
1994년 삼성그룹 임원을 지낸 요시카와 료조 도쿄대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다.
 
당시 케이오 대학의 유학생이던 이 부회장은 빨간색 포르셰를 운전하면서 요시카와의 사무실에 들러 직원들에게 라면과 돈까스 등을 대접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 근무를 시작한 후 요시카와는 이 부회장의 사무실에 삼성 제품이 아닌 소니 제품이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이유를 묻자 이 부회장은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불량 이동전화 15만대를 2000명의 직원이 보는 가운데 소각하고 불도저로 잔해를 부숴버린 이건희 회장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요시카와는 “그의 아버지는 당근과 채찍을 사용했지만 이 부회장은 채찍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삼성직원들에게는 이건희 회장 시대보다 상당히 난해한 날들이 될 수도 있다. 살벌하긴 해도 메시지가 분명한 이건희 회장이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알 수 있는 데까지 스스로 알아내라”는 식으로 복선이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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