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가 수감되면 어김없이 ‘그룹 경영 공백 심각’, ‘수감 중 회장 건강 눈에 띄게 악화’ 등 기사가 뒤따른다. 기사를 읽는 독자들 반응은 예전만큼 호의적이지도 않다.

 
그래도 돈이나 권력보다 사람 몸이 먼저인 것은 분명하니 죄를 지은 사람이 재벌 총수든 아니든 교정당국이 여타 죄수들과 마찬가지로 건강에 대해서는 최대한 배려를 해야 한다. 국민정서를 핑계로 필요한 조치를 게을리 하다 수감 중인 재벌 총수의 건강이 악화된다면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자체도 위협받을 소지가 있다.
 
지난 8월부터 수감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0일에도 재판을 받았다. 앞서 지난 5일 보석 신청이 기각된 그는 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사’를 받을 길도 당장은 멀어 보인다.
 
본지가 그의 재판을 취재한 지 20여일이 되고 있다. 이 기간 그의 모습에 어떤 건강상 변화가 있었는지를 재판 현장에서 알아본다는 것은, 본지와 인터뷰한 의사 표현에 따르면, “전국에 세 명 있을까 말까한 명의들만이 알아 볼 수 있는” 극히 전문적인 수준에 해당한다.
 
지난 달 19일 재판에 들어설 당시 그는 목발을 가지고 왔지만 거의 쓰지 않았다. 재판이 끝난 후 앞장 서 퇴장했다. 10일 재판에서는 일어서고 걸을 때마다 변호인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10분의 휴정시간에도 금새 자리로 돌아와서 주위 사람들과 뭔가를 의논했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복부에 손을 대며 한참 얘기를 주고받았다. 취재 기자의 관련 지식으로 지난 20일간 그의 혈색 변화에 대해 이렇다 할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다만 이전보다 배 부분에 시선이 가는 면은 있었다.
 
검사의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김 회장이 심한 기침을 해 검사의 발언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대상이 누군지를 밝히지 않고 의사에게 물어본 결과는, 간에 이상이 있을 경우 복부 팽창과 함께 얼굴이 부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간 자체 원인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때문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소 3미터의 거리를 두고 본 것으로 언론이 어떻게 대응하라 할 일이 아니라 관계 당국이 정해진 법규와 세심한 주의를 통해 해결할 일이긴 하다.
 
혹자들은 오랜 수감에 오히려 책을 많이 읽고 건강을 잘 관리한 사람들 사례를 제시하기도 한다. 김대중 대통령 같은 경우다.
 
차이가 있다면, 김 대통령의 경우 5공 신군부의 살해 계획이 명백한 이상, 모든 것을 체념하다 보니 하루하루를 빈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반면 오늘날의 재벌 총수들은 수감상태에서 보석, 여론변화 등으로 인해 당장 내일은 이곳을 벗어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도 가질 법 하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하루하루를 더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김대중 대통령처럼 강한 심성을 가진 재계 인사들도 물론 많이 있었지만 이들은 1세대 창업 회장들이다. 지금의 대부분 총수들은 2세 또는 3세다.
 
이날 재판은 한국강구공업 인수 및 매각과 관련해 당시 회계검토를 했던 회계사와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진행됐다. 검찰은 회계사에게 한국강구공업의 가치 저평가로 한화그룹에 부당한 손실을 초래했는지 여부에 대해 추궁했다.
 
검사와 증인 간에 회계사 직무의 본질에 관한 논쟁이 가끔씩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 신문이 끝난 뒤에는 재판부에서 기회비용 포기에서 이익이 없어진 것을 손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 파업이 있던 시기라 해서 해당 기간을 전부 제외하고 회사 실적을 분석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증인에게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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