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기자] 삼성전기가 오는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예상되는 삼성SDS의 보유 지분 7.88%(609만9604주) 전량을 구주 매출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내용은 26일 긴급으로 개최된 삼성전기 이사회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이 같은 결정으로 삼성전기는 단기적으로 큰 호재를 맞이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악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기는 26일 "투자재원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삼성SDS 주식 609만9604주를 처분키로 결정했다"며 "이번 주식매각 결정은 주식 상장에 따른 구주공모 매출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구주 매출은 신주 발행 없이 기존 주주 지분을 내놓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신주 발행 없이 삼성전기 지분만으로 일반 공모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희망공모가액을 15만~20만원 선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공모가가 20만원으로 결정되면 삼성전기는 1조2000억원가량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SDS 주식의 장부가액은 4227억4525만원. 구주매출로 700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삼성전기는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3000원(5.95%) 오른 5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8월 이후 20% 넘게 빠지던 주가가 급반등을 한 것이다. 삼성전기와 마찬가지로 삼성SDS 상장 수혜주로 분류됐지만 이번 삼성SDS 구주 매출에서 제외되는 삼성물산의 이날 주가 상승률은 0.53%에 그쳐 대비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삼성전기에 호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악재라고 보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이 3조9500억원 수준인 삼성전기는 삼성SDS 공모가 이뤄지면 시가총액의 25%가량 현금을 얻게 된다. 이러한 규모를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삼성전기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삼성SDS 주가가 더 오를 여지가 큰 상황에서 삼성전기의 지분투자 차익이 확정된다는 게 삼성전기로선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너 일가가 여전히 삼성SDS 지분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기가 삼성SDS 지분 투자에서 손을 떼게 되면 향후 삼성SDS 기업 가치가 더 커질 때 더 이상 수혜를 볼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전기(7.88%) 외에 삼성전자(22.58%)와 삼성물산(17.08%)이 삼성SDS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11.25%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3.9%씩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번에 상장과정에서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상 계속해서 최대주주로 머물러 있어야 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한다면 삼성물산과 다른 오너 일가들 지분은 상장일로부터 1년이 지난 후 매각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에 따라선 지속적으로 매각을 하지 않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합병 등 다른 용도로도 쓰일 가능성도 있다. 삼성SDS는 삼성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신성장 동력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많은 검토 끝에 전량 매각을 결정했다"며 "이번 매각이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며,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향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한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 1조8607억원, 영업이익 212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6%, 영업이익은 40.5% 증가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22%, 90.5% 감소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자가격표시기(ESL), 전자기기 노이즈제거용 수동소자(EMC) 등 신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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