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기자]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이 자서전 출간이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개 강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서울대에서 특강하는 김우중 전 대우회장

김 전 회장은 22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열린 경제학 콘서트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참석, '대우 흥망과 IMF 주도 개혁의 재조명'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러나 감기증세로 강연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장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제조업이 강하지 않고서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신흥시장은 우리에게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줬다"면서 "이 시장에서 기득권을 가지려면 제조업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저성장 기로에 놓이게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제조업을 강화하면 선진국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30여년 간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로 '신흥시장 개척'을 꼽았다.

"대우는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펼쳐 한국에서 가장 먼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나는 누구보다 (신흥 시장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봤고, 충분히 경쟁해 성공할 수 있단 자신감이 있었다. 이 자신감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또 "1980년대 말 사회주의 붕괴로 대규모 신흥시장이 등장한 세계 경제의 변화를 적극 활용해야 된다고 여겼고, 20~30년 후를 내다볼 때 신흥시장에서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했다"면서 "신흥국이 경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와 함께 당신네 나라를 한국처럼 만들어보자'고 내가 제안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만의 경쟁력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김 전 회장은 "우리 세대에는 해외에 나가 사업을 하더라도 나라가 힘이 없어 갖은 수모를 겪었다"면서 "지금의 젊은이들이 (나와 같은 절차를 밟지 않고) 미래의 주역으로 커 나가도록 도와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8월 신 교수가 집필한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 대우그룹의 해체가 경제 관료들의 정치적 판단 오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우그룹 해체 15년 만에 처음 입을 연 것이다.

이후 전국 곳곳의 대학을 찾아 다니며 강연을 해 명예회복을 노린다는 평이 나온다.

김 전회장의 공과를 떠나 그는 일찍 해외로 눈을 돌려 기업을 일군만큼 그를 본받자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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