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 기자] 김승연 한화회장을 중심으로 한 주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외부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는가 하면 그룹 주요 포스트의 인사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경영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스포츠계뿐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이 쏠리는 ‘야신’ 김성근 감독을 전광석화처럼 스카웃한 일도 그렇다. 김 감독이 고양원더스를 그만두자마자 곧바로 한화이글스 감독으로 영입한데 이어 김충범 회장 비서실장(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 회장은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출감후 3월과 5월 신병치료차 미국에 다녀온 뒤 6월부터 법원이 부과한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고있다는 소식만 들렸다.

그러던 김회장이 지난 9일 이동찬 코오롱 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인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차남 동원 씨와 삼남 동선 씨와 함께 오후에 빈소를 방문해 20여분간 머물며, 상주인 이웅열 코오롱 회장과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김 회장은 건강과 경영 복귀 시점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일체 대답하지 않았지만 기자들을 만났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에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마장마술에서 3남 동선씨가 개인전에 출전하는 것을 계기로 부인 서영민씨와 함께 승마장을 찾았다.

동선씨가 은메달을 획득하자 관중석에 있던 김 회장은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웃는 모습이었다.

건강해 보인다는 외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그룹측은 자식 사랑이 유별난 김 회장이 보통 아버지들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한 것이라며 실은 아직 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햇볕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집행유예중임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수감 중에는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수감생활을 감당치 못한다며 세 차례나 구속집행정지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이제 김 회장은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거의 다 이행하고 20여시간만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 김승연 회장이 2012년5월 이라크에서 비스마야 신도시건설계약을 체결한 후 당시 말리티 이라크 총리와 악수하고있다.

김 회장이 머지 않아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그룹 경영기획실장 등 김 회장 측근들이 최근 인사에서 핵심 자리를 맡은 게 정지작업이란 해석이다.

한화그룹은 10일 금춘수 전 한화차이나 사장을 그룹 경영기획실장에 임명했다. 또 최금암 전 경영기획실장은 여천NCC 대표이사 자리에 내정됐다.

경영기획실장 자리는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금 신임 경영기획실장은 이미 2007년부터 4년여간 경영기획실장으로 김 회장과 호홉을 맞추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한 경험이 있다.

그가 다시 경영기획실장으로 돌아와 김승연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게 된 것은 김 회장의 방식으로 그룹을 경영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4월부터 부재중인 김 회장을 대신해 그룹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끌던 김연배 부회장이 지난 9월 말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도 주목할만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한화그룹의 비상경영체제는 사실상 종료됐다는 의미"라며 "김 회장의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한화그룹은 추가 인사를 예고했다. 이날 한화그룹 측은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그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금융과 태양광 등 주력회사의 사업실적이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전반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 등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집행유예 중이어서 계열사 대표이사 직을 맡지는 않고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관여하는 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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