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의태기자]머리는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처럼 ‘뽀글 머리’에, 이름은 후기낭만파 작곡가 말러와 같은 구스타보 두다멜(33) LA필하모닉 음악감독도 이제 서른이 훌쩍 넘어 ‘음악 신동(분더킨트)’ 이란 호칭이 영 어색하다.

대신 천재 지휘자란 새 별칭을 얻은 그가 2018년 계약만료로 물러나는 래틀의 뒤를 이어 베를린 필하모닉의 포디엄에 설 수 있을까. 음악계에서는 벌써부터 두다멜이 후임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두다멜은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삽입돼 우리에게 친숙한 R.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베를린 필하모닉과함께 음반으로 내놓기도했다. 양자의 첫 만남이다.

▲ LA필하모닉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그러나 지휘계의 황제 카라얀의 후임으로 1989년 56세의 이탈리아 출신 아바도가 바톤을 이어받았고 2002년 영국출신 래틀이 뒤를 이었으니 차기 음악감독은 정통으로 돌아가자는 독일인 중용설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가 높은 교황도 라틴아메리카 출신인데다 여러 분야에서 남미가 강세를 띄고 있는 만큼 두다멜이 음악의 본고장이 아닌 변방의 베네수엘라 출신이라고 해서 꼭 불리하다고 할 수만도 없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무상교육시스템인 엘시스테마의 최대 수혜자다. 제3세계 서민가정에서 자랐지만 노력과 도전 끝에 클래식 음악가이면서 록스타와 같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거의 모든 음악을 암보로 지휘하는데 끊임없이 악보를 분석한 뒤 거기에 자기 특유의 색을 입힌다는 평이다.

2005년 23세의 두다멜은 말러콩쿠르에서 말러 5번 교향곡 아다지에토를 연주, 우승을 차지해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그에게는 운도 따랐다. 한 해전 베토벤 국제페스티벌 폐막콘서트에서 프란츠 브뤼겐이 병이 나는 바람에  대타로 런던필하모닉을 지휘해 여러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는 행운도 있었다.

오페라단 오케스트라의 첼로주자였던 토스카니니가 오페라 ‘아이다’의 브라질 투어에서 지휘자가 흥행실패로 사임하자 악보를 전부 외우고있던 덕에 지휘자로 추대받아 19살에 성공적으로 데뷔식을 치른 일을 상기시킨다.

2005년엔 런던 프롬스 축제때 몸이 아픈 네메 예르비 대타로 스웨덴 예테보리 심포니를 지휘한 뒤 곧바로 상임지휘자로 발탁됐다.

▲ 두다멜-베를린 필 연주 음반 '차라투스트라'

2009년 28세의 두다멜은 LA필 음악감독에 선임돼 취임 연주회 프로그램으로 말러가 28세때 작곡한 교향곡 1번 ‘거인’을 선곡해 역동적인 해석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 곡은 아바도의 베를린 필 취임연주회 메인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에 LA필과 함께 미국 오케스트라의 양대 산맥인 동부의 뉴욕필은 엘리트 지휘자 앨런 길버트를 선임했는데 흥행면에서는 두다멜이 앞섰다는 평가다.

두다멜은 2008년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오케스트라와 첫 내한 공연을 했다. 이때 베네수엘라 국가대표팀 점퍼를 입고 맘보춤을 추며 라틴음악을 연주한 뒤 점퍼를 벗어 관객에게 던져주는 파격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클래식의 아카데미즘과 록 음악의 조화를 보여준 것이다.

두다멜에게 쏟아진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두다마니아'(Dudamania)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두다멜은 내년 3월25~26일 LA필과 함께 첫 내한 공연을 갖는다. 두다멜로서는 두 번째 방한 공연이고 LA필과는 처음이다.

연주프로그램은 3월25일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6번 '비극적', 25일 존 아담스 '시티 누아르'와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이번 무대는 홍콩, 상하이를 시작으로 한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LA필 아시아 투어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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