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 CBS의 장수 토크쇼인 ‘레잇 쇼’의 데이비드 레터맨이 내년 5월 20일 물러난다. 할리웃 전문 매체인 더랩은 11일 이같이 보도했다.

레터맨은 1992년부터 22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레터맨과 경쟁 관계를 지속해 온 NBC의 제이 레노는 지난 2월 투나잇쇼에서 물러났다. 레터맨과 레노는 1991년 자니 카슨이 물러난 후 미국 공중파의 토크쇼를 이끌어 왔다.

레터맨의 ‘레잇 쇼’는 9번 에미상을 수상했고 73번 후보에 올랐다. 레터맨 퇴진 후에는 ‘더 콜버트 리포트’를 진행하는 스티븐 콜버트가 뒤를 이을 예정이다.

 

▲ 데이비드 레터맨. /CBS 홈페이지.

 

레터맨은 정치 문화를 불문하고 정상의 유머감각을 과시해왔다.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유력 상대로 떠오른 밥 돌 공화당 상원의원은 레터맨의 쇼에 ‘정부 예산 줄이는 톱7 리스트’를 들고 출연했다. 원래 레터맨 쇼에는 톱10 리스트가 매일 방송됐지만 돌 의원은 “공화당은 모든 것을 30% 감축한다”고 설명했다. 7가지 가운데 하나는 “클린턴 대통령의 연설 원고 작성자한테 단어 갯수대로 원고료 주는 것을 중지하라”였다.

심지어 분쟁 중인 경쟁사 간부도 그의 조크를 도우러 등장하기도 했다. 레터맨 쇼가 진행 중 경쟁사인 NBC의 간판 앵커 톰 브로코가 등장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브로코는 레터맨에게 “오늘 당신이 사용할 유머 몇가지는 우리 NBC 소유”라며 방송 진행자가 들고 있는 피켓을 여러 개 가져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레터맨과 NBC 사이 지적재산권 분쟁을 꼬집는데 분쟁 당사자의 고위 간부까지 동원된 것이다.

1996년에는 레터맨과 레노의 경쟁 관계를 다룬 영화 ‘더 레잇 시프트’가 제작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는 당초 자니 카슨의 후계자로 여겨지던 레터맨 대신 레노가 발탁되자 레터맨은 CBS로 옮겨 자신의 명성을 활용해 초기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NBC 관계자들은 영화 마지막에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자막을 통해 레노가 초기의 불리함을 극복했다고 소개된다. 레터맨은 자니 카슨 바로 다음의 토크쇼를 진행했고 레노는 자니 카슨의 얘기를 받아주는 보조진행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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