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아파서다.

 
김승연 회장이 지난 해 8월 1심 재판에서 법정구속 되자마자, 일부 언론은 ‘한화 그룹의 경영권 공백 심각’이란 기사를 내더니 얼마 지나서는 ‘수감 중 김승연 회장 건강, 눈에 띄게 악화’라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다.
 
담당 재판부는 김승연 회장의 보석 신청도 기각했지만 올 들어 김 회장을 수감 중인 서울 남부구치소가 구속집행 정지를 요청하자 8일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시중에서는 “왜 재벌 회장들은 수감만 되면 아픈 곳이 쏟아지냐”는 비판 여론이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서울고등법원 형사7부. 윤성원 부장판사)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그만큼 김승연 회장의 병세가 극도로 심각하다는 의미다.
 
보석도 기각하던 서슬 퍼런 사법부마저 온정을 베풀 정도로 김 회장의 건강이 악화된 터라 경영 복귀한다는 건 기대도 하기 어렵다. 우선 김 회장의 주거지 자체가 병원으로 제한된다.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이날부터 3월7일까지며, 이 기간 동안 주거지는 김 회장의 현재 주소지와 병원 2곳(서울대 병원이나 순천향대 병원)으로 제한된다. 

그동안 김 회장의 건강에 대해서는 우울증이 심하고 당뇨와 저산소증, 고탄산혈증 등으로 응급상황에 대비한 집중치료가 필요하다는 등의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출범을 앞둔 박근혜 새 정부의 입장에서는, 김승연 구속 정지가 자칫하면 새 정부로 불똥이 튀는 부담을 짊어질 수도 있다.
 
김승연 회장은 차명 계좌와 차명 소유 회사 등을 통해 한화 계열사와 소액주주, 채권자들에게 거액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과거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 당내 및 상당수 국민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재계의 입장을 들어준 박근혜 당선인이 재벌 총수들의 탈법까지 용인하는 인상을 준다면 정권 출범 초기 심각한 민심 이탈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속 정지 후 사법 당국이 어떻게 김승연 회장을 관리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건강 문제에 따른 불가피한 구속정지는 하되 엄정한 법 집행을 지속해 달라진 ‘투명성’기준이 확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역시 ‘정권도 재벌을 못 이긴다’는 세간의 비아냥이 ‘역시나’로 입증될 지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집중돼 있다.
 
무엇보다 김승연 회장이 거뜬히 건강을 회복해서 과오에 대한 정당한 책임을 다하고 정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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