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 & joy 칼럼-①]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던 날 국내 금융시장의 반응은 참으로 냉담했다. 이날 한은 금리정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100마디의 말이 필요 없었다. 증권시장은 금리인하를 반기기는 커녕 한은의 뒷북치기 정책에 화풀이라도 하듯 ‘폭락’이라는 단 한단어로 화답했다. 한은에 대해 시장이 무언의 응징을 내린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심리적 마지노선처렴 여겨지던 1800선 아래로 고꾸라 졌다. 그바람에 1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로 0.25%포인트 내리면서 경기부양의 시그널을 보내려 했던 김중수 호의 한은을 머쓱케 했고 개미투자자들을 아연 실색케했다. 

이날 시장은 왜 그토록 한은에 화가 나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자명하다.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때를 놓치면 쓰레기만도 못한 정책이 돼버린다. 시장에 아주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금리 정책은 더욱 그러하다.

이명박 정부들어 시장에선 한은의 금리정책을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유럽시장이 만신창이가 되고 미국시장의 구매력이 현저히 약화된 상황에서 이웃나라들의 행동은 매우 민첩했다.

중국은 글로벌 위기 여파로 올들어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8%로 아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과감한 선제 정책에 나섰다. 이미 지난 6월초 기준금리를 전격 내린데 이어 이달 초 또한차례 금리를 인하했고 브라질, EU 등도 금리를 내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의 중앙은행인 한은은 고심 끝에 이제야 금리를 내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더군다나 이날 3년만기 국채 수익률(금리)은 이미 연 2.97%로 한은의 기준금리 아래로 쑥 내려가버려 한은의 금리정책이 얼마나 때늦은 일이었는가를 한눈에 인식시키면서 당국을 조롱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한은의 판단미스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도 뒷북정책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 이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 국면에서 금리를 한차례 이상 더 올렸어야 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모두 지나치고 지난해 6월 뒤늦게 금리를 올렸다가 뒷북논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물론 금리정책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한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경기부양도 중요하지만 물가를 더 걱정해야 하고 가계부채가 900조원이나 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금리를 섣불리 올리고 내릴 수 없는 게 한은이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지금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위축되고 가계부실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금리를 내리면 물가는 상승압박을 받게되고 가계빚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작 과거 금리를 올릴 형편이 됐을 때 몇차례 더 올려 가계부채 증가도 억제하고 물가도 확실히 잡았더라면 이번에 금리를 내리는 결정도 더 수월했을 것 아닌가. 한은은 이번 자신들에 대한 시장의 경고가 왜 그렇게 준엄했는지를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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