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무산되면서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합병 카드를 비롯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흘러 나오고 있어 시장의 관심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정 회장 부자가 당초 추진하던 현대글로비스 지분 13.4% 매각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가 향후 시장상황을 살펴본 뒤 이번에 불발한 현대글로비스 일부 지분 재매각, 뒤이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합병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13일 주식시장에서 현대차 계열사 주가흐름에서 나타난 시장의 흐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날 시장 반응은 향후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먼저 매각한 뒤 해당 자금을 기반으로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조를 이뤘다.이는 현대글로비스 급락, 현대모비스 주가 급등이라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 부자가 설령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판다고 하더라도 최대주주의 역할은 지속된다”며 “앞으로도 현대글로비스는 그룹의 자동차 분업 원칙에서 물류 부문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 가치 창출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 일부 지분 매각 여부와 관계없이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로 옮겨 가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관점에서는 글로비스-모비스 간 합병 시나리오가 현대글로비스 투자매력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합병 시나리오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이 병행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결국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는 만큼의 지분 매각 뒤 글로비스-모비스 합병 구도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 경우 정 회장 부자는 지분 일부 매각과 양도소득세 납부에 따른 우호적 여론 조성에 더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된다.

13일 시장을 지배한 ‘글로비스 선 매각-모비스 후 인수’ 시나리오도 여전히 설득력을 지닌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한국전력 삼성동 용지 인수에서도 드러났듯 여론을 중시하는 행보를 나타낼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비켜 가는 한편 양도소득세를 성실히 납부하겠다는 모습을 보여 주며 경영권 승계의 귀감으로 작용한다는 측면에서 ‘현대차답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서 근거한다.

IB업계 일부에서는 경영권을 포함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대량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경영권 매각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고 양도소득세도 모두 부담하겠다는 의지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단순 지분 매각의 경우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매각가를 할인해 줘야 하지만 경영권 매각은 오히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인수대상자를 찾기가 쉽지 않고 현대글로비스가 핵심 계열사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현대글로비스 시가총액은 현재 9조5625억원으로 정 회장 부자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43.39%)는 4조15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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