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영화·건축에 이르기까지 전통문화의 현대화 이뤄내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960만 평방미터에 이르는 드넓은 대륙과 13억명 인구를 바탕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로 문화산업 강화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이런가운데 KBS '슈퍼차이나'에서는 문화강국과 미디어 제국으로 발돋움 하려는 중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23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슈퍼차이나-소프트파워'편에서는 최근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중국 문화의 힘에 대한 내용을 전했다.

지난해 5월 오스트리아에서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한 중국인 피아니스트 랑랑과 현대미술작가 장샤오강, 쩡판즈 등 중국의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예술가들은 세계적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랑랑은 그 누구도 따라하지 않았고 누구도 그를 따라할 수 없다"고 격찬했다. 여기에 장샤오강과 쩡판즈은 작품의 경우 수백억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세계경매시장에서 낙찰기준 현대예술가 10위권 내에  들기도 했다. 이와더불어 세계 낙찰가기준 500대 현대미술가 명단 중 상위 50명에는 중국화가 21명이 자리하고 있으며 전체 500명 중에는 263명의 화가가 진입해있다.

이에대해 세계 미술 경매시장에서는 "서구화가들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중국이 선두를 차지함으로써 서구독점 구조가 산산조각 났다"고 평가했다.

중국 골동품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 드후오 경매소는 중국 도자기, 불상 등 각종 골동품을 수집하기 위한 사람들로 연일 붐빈다. 실제 홍콩 소더비 경매에선 지난해 15세기 만들어진 계항배 도자기가 약 350억원에 낙찰됐으며 송백고립도 치바이스 작품은 약 740억원에 낙찰됐다.

과거 서구사회로부터 싸구려 무협영화로 취급받던 중국영화의 발전속도 역시 놀라운 수준이다. 지난해 2월 열린 제 6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백일염화'는 베니스, 칸, 베를린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대상수상만 7번을 차지했던 중국영화의 위상을 이어나갔다.

지난 2000년 세계시장을 뒤흔든 중국영화 '와호장룡'은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해외흥행 수입도 854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와호장룡'의 성공은 중국의 전통요소가 서구시장에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중국영화 발전을 그대로 보여주는 저장성의 헝뎬 야외촬영장은 명·청시대 왕궁을 실물크기 그대로 재연하는가하면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각시대를 재연한 세트장이 16군데에 이르는 대형 오픈세트장이다. 그 규모만도 여의도의 10배가 넘는데 이곳에서 촬영된 중국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기술에 의존하는 헐리우드와는 또다른 사실감과 스펙타클을 제공하며 중국영화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부동산 개발로 자본을 축적한 완다그룹은 최근 영화산업에 눈을 돌리면서 미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북미지역에만 5000여개 상영관을 보유한 AMC를 인수하면서 중국영화를 세계정상에 올려놓겠다는 포부를 내놓은 것이다. 완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향후 유럽과 미국의 극장체인을 계속 합병해 2020년 전세계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은 5000여년에 이르는 역사에서 비롯된다. 최근 중국 자부심의 상징으로 새롭게 추앙받는 '정화'는 600여년 전 해외원정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까지 진출했던 인물이다. 그는 강력한 해군력과 부를 과시하며 가는 곳마다 중국문물을 전파했다. 정화 이후에도 중국문물이 세계에 전파되며 유럽에서 중국제품을 모방하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건륭제 제위시절 그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던 중국은 19세기 근대화를 먼저 이룬 서구열강의 침입과 1966년 부터 이뤄진 문화대학명 과정에서 전통과 문화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엔 경제대국과 국제질서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면서 문화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013년 제12기 전인대 1차회의 폐막식에서 "중국 꿈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의 길을 가는 것이고 중국 꿈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 정신을 넓게 펼치는 것이다"고 선언했다. 이에대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저자 마틴 자크는 "시진핑이 이야기한 중국의 꿈은 아주 중요한 의미이자 중국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특히 전통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강국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건축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왕수는 중국 남부지방의 독특한 가옥형식인 '투러우'에서 착안한 대학캠퍼스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항저우의 미술학원에서는 전공분야에 관계없이 고대문자를 가르치는가하면 중국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공자학원을 설립해 전세계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공자학원은 케냐 나이로비, 호주 시드니, 미국 시카고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126개국 1200여곳이 넘는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공자학원 설립을 통해 중국의 언어나 문화 뿐 아니라 사고방식을 세계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의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보호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7만여건의 무형문화재를 등록하는가하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정부차원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세계적인 미디어제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전세계 171개국에 7개 채널, 6개 언어로 24시간 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며 지난 2009년부터 해외지사 2개, 해외총국 5개, 해외지국 63개를 운영하고 있을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은 서방의 일방적인 여론을 잠재우고 자신들의 논리와 주장을 펼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류충 CCTV 영어뉴스채널 부총감은 "(CCTV를 통해) 전세계 사람들이 중국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길 바라며 중국의 사고방식이나 일하는 방식, 가치관을 이해하면서 중국과 전세계가 교류하는 것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일레인 레이예스 CCTV 아메리카 앵커는 "알자지라나 BBC를 우린 경쟁사가 아닌 동료로 부르겠다"면서 "CCTV아메리카는 그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제공하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시각으로 중국을 다룬다. BBC가 서양적, 알자지라가 중동적 관점에서 보도를 하는 것과 같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같은 자신감은 중국의 거대한 자본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미디어 세계화를 위해 정부가 8조원을 투입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미국 방송사 ABC, NBC, CBS 등이 제작비를 삭감하고 있는 데 반해 CCTV의 경우 이슈가 벌어지는 곳마다 기자를 빠른 시간 내에 투입해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도 CCTV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CCTV의 경우 현지 스탭을 고용해 현지화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데 서구 미디어 사회에서는 아프리카의 전쟁, 질병 등 어두운 면을 주로 다룬 데 반해 CCTV는 아프리카의 일상과 자연을 주로 담아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옌쉐통 칭화대학 교수는 "중국이 구축하려는 이런체제는 국제사회를 풍부하게 할 것이다. 국제사회에 다양한 사상과 표준이 있어야만 평등한 대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종류의 표준에 따라 세계를 건설해선 안되고 서양중심의 일원화된 세계를 극복하고 다양화된 세계를 열어나가려 한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저자 마틴 자크는 "우리는 중국이 전통문화의 현대화를 이루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중국이 과거에 행사했던 그 영향력을 그대로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풍요로운 문명국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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