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일동제약의 2대 주주인 녹십자가 일동제약 이사회에 참여하겠다는 요구를 하면서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9일 증시에서 일동제약 주가가 상한가로 오르는 등 관련주 대부분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녹십자의 이사회 참여 요구가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어 이 경우 추격 매수시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는 만큼 투자에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 의견도 나온다.

한편 일동제약은 녹십자가 주주제안서에서 지적한 최근 경영 실적 부진에 대해 “녹십자가 지난해 실적을 호도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나서 양측 간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일동제약이 “오는 16일까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아니라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며 압박하고 나선 데 대해 녹십자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또한 녹십자 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이 3월 주주총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제안이 정관이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경우 주총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 만약 일동제약 측이 이를 거부할 경우 녹십자는 법원에 ‘주주총회 진행 절차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동제약 주총은 파행이 불가피해진다. 반면 녹십자 측의 제안이 주총 안건으로 반영될 경우 일동 측과의 표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매일경제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단 감사 선임의 경우 녹십자 측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 및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 ‘3% 초과 의결권 제한’ 때문이다. 최대주주로서 일동제약 지분 32.52%를 보유한 윤원영 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1인 주주로 간주해 모두 합쳐 3%의 의결권밖에 행사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 녹십자 측은 △녹십자(27.49%) △녹십자홀딩스(0.88%) △녹십자셀(0.99%) 등 3곳이 일동제약 지분을 나눠 들고 있는데 3% 초과의결권 제한을 받는 녹십자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계열사 보유 지분 1.87%만큼 일동제약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일동제약 지분 10%를 보유해 3%의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피델리티 펀드를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양측의 물밑 작업이 치열해질 전망이라는 지적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1월 일동제약의 임시주총에서 피델리티와 손잡고 지주사 전환안에 반대표를 던져 경영권 안정을 추진하던 일동제약의 시도를 무산시킨 바 있다. 아직 중립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 피델리티가 이번엔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양측 간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안심할 수 없는 만큼 이들 모두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한 위임장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위임장 경쟁을 통한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일단 금융감독원에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에 관한 신고를 마친 후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해야 한다.

이에 반해 사외이사 선임은 의결권 제한이 없는 만큼 3.16%p 지분율이 높은 일동제약이 일단 유리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사외이사 선임에서도 감사 선임과 마찬가지로 피델리티 측이 어느 쪽에 표를 행사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9일 코스피 시장에서 일동제약 주가는 2대주주인 녹십자와 최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 재연과 지분 경쟁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한가인 1만9550원에 마감했다. 관련주들 역시 대부분이 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추격 매수 시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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