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이혼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싱가포르와 중국을 오가며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10일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서 열린 화장품·향수 면세점 매장 오픈 기념식에 참석했다.

호텔신라는 이번 기념식을 시작으로 창이국제공항 3개 터미널(1~3터미널)의 모든 화장품·향수 매장(19개 매장, 5575㎡, 182개 브랜드)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 창이공항은 세계 4위 거대 공항으로 화장품·향수 판매로 기대되는 매출은 연간 3000억원 이상이다.

특히 호텔신라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와 동반 진출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을 한국 화장품과 한류 문화 확산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국내 중소·중견기업 화장품 브랜드가 창이국제공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차정호 호텔신라 부사장은 "인천국제공항 화장품·향수 면세점 운영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중소·중견기업과 손잡고 한국 화장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10월 창이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넘겨받은 이후 전 매장에 대해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해 이날 오픈식을 열었다. 계약기간은 2020년 9월 30일까지다.

재계는 호텔신라의 창이공항 입점이 듀프리와 DFS벤처싱가포르, 킹파워그룹 홍콩, 뉘앙스-왓슨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얻어낸 결과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이 사장은 면세점 입점과 리모델링 과정에서 직접 발로 뛰면서 CEO로서 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지난해 12월엔 중국 산시성 최고위급과 만나 시안 시내 신라호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신라호텔이 들어설 시안시는 삼성전자 낸드플래시반도체 공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의 양대산맥인 면세점과 호텔을 직접 챙기며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최근 회사 매출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면세사업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작년 10월 마카오 공항 면세 사업권을 획득했으며, 기내 면세점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디패스(DFASS)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디패스는 연매출 5억달러 규모 회사로 전 세계 30여 개 항공사와 제휴하고 있다.

이 사장은 본업인 호텔 키우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호텔신라는 경기도 동탄과 서울 역삼동 두 곳에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까지 10곳을 추가 오픈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동남아 등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재계에선 이부진 사장이 여행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텔신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호텔-면세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한데 여행업이 제격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여행-면세-호텔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완성해서 호텔신라가 글로벌 서비스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닦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재계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은 호텔을 중심으로 면세점·여행업을 아우르는 서비스 왕국을 꿈꾸고 있다”면서 “호텔신라가 서비스업계의 삼성전자로 불릴 날도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법원의 이혼조정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소송을 통한 재판상 이혼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등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과 임우재 부사장 측은 10일 오후 성남지원에서 열린 2차 조정기일에서 원만한 합의에 실패했다. 조정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양측 법률 대리인은 조정을 마치고 나온 뒤 "이혼조정은 최종 불성립됐다"며 "이혼조정기간 자녀의 면접 교섭에 대해서는 양측이 의견을 좁혀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이 불성립됨에 따라 양측은 친권과 양육권 등을 놓고 이혼 소송을 벌이게 됐다. 이들 부부의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은 현재 이 사장 측이 양육하고 있다. 1999년 8월 삼성물산 평사원이던 임우재 부사장과 결혼한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10월 임 부사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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