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4년간의 악전고투 끝에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에서 26억6000만달러(2조9172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가스플랜트 공사를 수주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 수주한 플랜트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남서쪽으로 약 520㎞ 떨어진 칸딤(Kandym)가스전 지역에서 연간 약 81억㎥ 천연가스를 처리하는 시설로 2018년 하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3일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양국 정부 인사들과 현대엔지니어링, 루크오일-우즈벡(LUOC)사 등의 프로젝트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계약식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식에는 우즈벡석유가스공사 쇼키르 파이 줄라예프 회장, 우즈벡 경제부 갈리나 카리모프나 사이도바 장관, 이욱헌 주 우즈베키스탄 한국 대사 등이 함께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현지 국영방송이 직접 생중계하는 가운데 계약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설계·구매·시공(EPC)을 일괄 수행하며 각 사별 계약금액은 현대엔지니어링 20억1000만달러(2조2044억원), 루크오일(Lukoil)사 6억5000만달러(7126억원) 등이다.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본부장은 "중동처럼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20억달러가 넘는 초대형 공사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회사의 인지도를 제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의 이번 프로젝트 수주는 박근혜 대통령이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에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경제 외교 활동의 첫 결실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칸딤가스전 플랜트 수주 경쟁에 본격 뛰어든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국영기업인 루크오일이 자금을 대서 개발하는 칸딤가스전 공사의 기본 마스터 플랜을 짜는 설계 용역을 2억3000만달러에 수주한 게 계기였다.

기본설계 용역을 따냈을 때만 해도 현대엔지니어링은 쉽게 본공사 계약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본공사 계약에 이르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는 후문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답보삳태를 계속하던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중앙아시아 순방을 통해 도움을 준 것이 실타래를 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박 대통령은 칸딤가스전 프로젝트를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의제로 상정하고 비공식 석상에서도 여러 번의 대화 끝에 협상이 진전될 수 있도록 측면 도움을 줬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최종 승인이 지난해 11월 나오자 통상적인 플랜트 계약 절차보다 빠른 3개월 만에 최종계약 체결까지 진행됐다. 카리모프 대통령이 “연내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우즈베키스탄 측에서 서두른 덕분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계약 체결을 통해 중앙아시아 플랜트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게 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4년간 우즈베키스탄 플랜트 시장에서만 40억9800만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약 5조원 규모의 신규 플랜트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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