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KT렌탈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SK네트웍스가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다. 본입찰을 두 번씩이나 하며 가격 높이기에 올인하는 KT 측에 더 이상은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불만의 폭발로 여겨진다. SK네트웍스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가격 흥행을 노리던 KT의 의도도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13일 SK네트웍스, 한국타이어·오릭스PE 컨소시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롯데그룹 등 인수 후보 4곳에 오는 16일 오전까지 입찰가격을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KT렌탈 매각 본입찰이 지난달 28일 마무리됐기 때문에 사실상 ‘2차 본입찰’을 실시하는 셈이다. KT렌탈 지분 58%를 보유 중인 KT는 교보생명, 산은캐피탈 등 재무적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나머지 지분 42%를 한데 묶어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해 왔다.

KT 측의 이번 요구에 SK네트웍스는 최고위 경영진 회의를 열고 2차 본입찰 불참을 결정했다. IB(투자은행) 관계자는 “SK네트웍스는 2차 본입찰로 갈 경우 인수가격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불참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SK네트웍스는 본입찰 당시 8000억원대 중후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주간 진행된 추가 협상 과정에서 SK네트웍스는 9000억원대 초중반 가격을 구두로 제시했다. 반면 강력한 경쟁 상대인 한국타이어·오릭스PE 컨소시엄은 SK네트웍스 측보다 다소 높은 액수를 제시했다는 관측이다.

SK네트웍스 측은 렌터카 4위 업체라는 사업 노하우와 브랜드파워를 감안하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KT가 다시 한 번 매각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2차 본입찰을 실시하기로 하자 승리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져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불참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SK네트웍스 외 나머지 인수 후보들도 KT 측의 2차 본입찰 추진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28일 마감된 KT렌탈 매각 본입찰에는 모두 6곳의 인수 후보가 뛰어들었지만 KT는 이 중 4곳을 추려 추가 가격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 같은 재협상 작업이 2주 넘게 진행되면서 인수 후보들 사이에선 KT가 지나친 가격 욕심을 내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한편 SK네트웍스의 이번 불참 결정이 KT 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시각도 있다. SK네트웍스의 불참 결정으로 KT 측이 2차 본입찰 계획을 취소할 경우 SK네트웍스의 인수전 참여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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