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시작되는 입춘을 10여일 앞두고 올해 새내기 의사 3037명이 이제 막 태어났다.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3일 2013년도 제77회 의사국가시험 전체 응시생 3287명 중 92.4%인 3037명이 합격했다고 밝혔다. 수석합격의 영예는 400점 만점에 372점을 얻은 원광대학교 김시호씨에게 돌아갔다.

올해 합격률은 지난 해의 93.1%에 비해 다소 낮았으며 합격자 수는 최근 5년내에서 가장 적다.

1500여명의 의사들이 동아제약 등 제약사들로부터 100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사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어 의·약계가 매우 어수선하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독립된 의술 주체로서 새 출발을 해야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의사들은 어느 비평가의 말대로 "환자와 보험자·정부·소비자단체들에게 둘러 싸여 점점 옥죄임을 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료비와 의료의 질, 환자의 기대와 의료 전문가로서의 판단, 전문직의 자율성과 소비자 보호 사이의 피해갈 수 없는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하겠다

각종 규제와 제도에 묶여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사들의 호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사들이 왜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는지를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 의사단체인 의사협회가 자정선언을 하겠다고 나서야될 정도로 의료계는 리베이트에 중독돼있다. 진료비 허위-부당청구도 다반사로 이루어진다.

허위-부당청구는 의사들의 주도 내지 협조하에 이루어지는 대표적 의료계 비리다. 정부가 허위청구 진료비가 1000만원 이상인 경우 명단을 공개할 정도로 만연돼있다.

또 직역이기주의에 매몰돼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한다는 윤리지침을 외면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의료계는 국민 건강을 일선에서 돌보는데다 국민들이 의무가입하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진료비를 지급받으므로 공적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서비스는 단순한 직무가 아니라 봉사, 윤리적 측면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환자와 눈을 맞추고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라는 미국 시카고대학병원 마크 시글러 박사의 ‘따뜻한 의사론’은 우리 의료계, 특히 새내기 의사들에게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의사의 위로와 격려는 그 자체로 의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와 환자간의 소통이 원활할 때 치료효과도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뇌경색, 자구경부암 진료는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중국 중동, 몽골 등 여러 나라 의사들이 한국의료기술을 배우러 오고 있는 터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국민 5명 가운데 1명은 몸에 이상을 느끼면서도 시간이나 돈이 없어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의사들 이익을 고수하기위해 나라 건강정책을 심의결정하는 건강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해 8개월 이상 파행운영케 하는 일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합리한 제도나 정책에 대해서는 의사단체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의사로서 사제서품을 받고 아프리카 수단의 무의촌 톤즈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48세로 세상을 떠난 이태석 신부의 삶은 많은 이의 가슴속에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새내기 의사들이 이런 마음 가짐을 갖고 의료현장의 풍토를 개선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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