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질 것에 대비하란 보고서가 나왔다.

 
딱 보는 순간 1995년말 모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떠올랐다. “1달러당 300원 시대에 대비해야...”
 
그러나 1996년이 되자 환율은 780원 790원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1년 내내 800원, 820원선에 대한 끊임없는 타진을 하며 300원과 정반대로 갈수록 멀리멀리 올라갔다. 그리고 다음해 ‘IMF’ 외환위기가 벌어졌다.
 
올해의 1달러=900원대 보고서는 과연 이것과 얼마나 다를까. 지속적으로 취재에 나섰지만 1996년, 즉 IMF 전야의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 때처럼 일방적 전망에만 매달리지 않는 자체가 커다란 차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28일은 1월의 마지막 주의 월요일, 외환시장에서는 수출대금이 유입되는 시기다. 그러나 개장하자마자 환율은 단숨에 108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이미 전주말에 1070원을 넘었었다.
 
1월중에 외환시장에서 벌어진 상황은 1달러=900원대와는 정반대다. 보고서 자체가 17년전 ‘300원대를 대비하라’와 과연 무엇이 다른가 조차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1996년 환율이 800원대로 올라선 것은 1995년 착시현상이 사라진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구조조정이 필요했던 한국경제가 당시의 반도체 호황에 빠져 뼈를 깎는 고통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자만했던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호황이 사라지자 점점 현실의 참모습이 한국에 와닿기 시작했고 다음 해 ‘IMF’위기로 혹독한 댓가를 치르기에 이르렀다.
 
2013년 1월의 환율 급등은 북한리스크, 유럽계 자금의 본국 역류 등이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주식의 부진이 함께 지목되고 있다. 한 두 ‘에이스’에 국가 경제 전체가 매달리면서 희비를 함께 하는 모습은 1996년과 일단 외형상에서만은 극히 닮아있는 셈이다.
 
2012년과 1996년과 닮은 점은 또 하나 있다. 국가 신용등급이 오른 다음해라는 것이다. 지난해 스탠더드앤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은 모두 한국의 신용등급을 격상시켰다.
 
이 자체는 물론 경사다. 한국에 대해 더 높은 신뢰감을 갖게 된 외국 자금도 따라 들어온다. 그러나 이런 돈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면 언제든 떠나는 돈이다.
 
하나 차이가 있다면, 정치 리더십이다. 1996년은 퇴진 1년을 앞둔 정권이 슬슬 개혁탄력을 잃어가면서 순식간에 30개나 되는 종금사 설립을 허용하는 난맥을 보였다. 무더기로 쏟아진 종금사는 1년 뒤 외환위기의 뇌관 역할을 하고 말았다.
 
지금은 이제 막 새로운 정치권력의 출발을 앞둔 시점이다. 상황판단만 올바르게 하면 카리스마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도 있는 시기다. 누적된 폐습을 덮어버리고 더 큰 화근을 키우기보다 미래를 위해 체질강화를 위해 손을 대겠다고 하면 충분히 민심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는 시점이다.
 
며칠, 또는 한 달 환율 움직임이 모든 것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한 두 회사 실적에 따라 환율까지 덩달아 움직이는 체질은 근본적인 백년대계의 손질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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