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결혼 소식을 대기업에 알려 물의를 빚었던 동반성장위원회 간부가 사표를 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날에 바로 물러난 것이다.

 
공직자로서 그릇된 처신을 한 건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 그가 어떤 인품의 소유자인지는 알지 못한다. 얼마 전에 이 사람보다 훨씬 더 고위층이라 할 수 있는 인천 교육감이 아들 청첩장을 학교에 돌리다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는 교육감에 재선돼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한국 사회가 그 교육감을 퇴진 못시킨 업보가 이번 동반성장위 간부에게 전가됐다는 느낌도 든다. 만약 교육감이 물러나면서 공직자의 처신원칙 한 가지가 정립됐다면 이번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상당히 평이 좋았던 언론인들도 결혼식 때 상당히 구차스런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혹자는 자신과 무관한 정책당국의 시설을 쓰고자 해서 원래 같은 날 결혼을 예정했던 그 기관 직원이 날짜를 옮기기까지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나도 언젠가 아는 동료의 결혼식 때 모 은행 홍보 담당자의 문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청첩장을 받았는데 자기들이 한번 본 적도 없는 기자여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다. 기자고 홍보고, 갑이고 을이고를 떠나 상식대로 하시면 된다고 조언하고 나니 결혼하는 친구가 뭔가 참 다급하게 일을 치른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혼식과 같은 경사를 축하할 때와 부모를 여읜 사람을 위로할 때 약간의 차이를 두고 있다. 후자는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겪는 일이다. 가타부타를 논할 경황 자체가 아니고 우선 서로서로 많이 연락을 해줘야 하는 경우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결혼식까지 이런 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무분별하게 결혼식 청첩장을 돌린 사람이 나중에 다른 일을 겪을 때 또 그런 행태를 꼭 반복하는 건 아니다. 다만, 결혼식에 있어서 특히 신랑 측이 눈살을 찌푸리게 허세부리는 모습을 자꾸 보게된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처갓집 또는 사돈댁을 지나치게 의식한 소치가 아닐까 한다. 자기 집안이 이정도 위상을 가진 집안임을 확인시키려는 발상이 지나쳐 오히려 집안 체면 깎아먹는 것이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까지 가는 갈등의 출발점은 이런 허세 속에 숨어있을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돌아가신 고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정말 대단한 분이다. 한국은행 총재로 계시는 동안 두 아들이 모두 장가를 갔는데, 두 번 모두 한은 직원들한테 철저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둘째 아들에게 결혼식을 어찌 치렀는지 물어보니 “정말 집안 아저씨들이 많이 오셨다”는 대답이었다.
 
사족: 나의 지인들이 이 글을 읽었을 때 반응은 별로 신통치 못할 것 같다. “너는 때가 됐을 때 안 그러는지 두고 보겠다”며 이를 갈고 있을 듯하다. 50이 다된 나이지만 그런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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