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느끼는 음식 보상가치 증폭...고열량 음식 찾게 돼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현대사회는 편리하고 쉽게 먹을거리를 구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날씬하고 건강미 넘치는 몸매가 미의 상징이 됐고 뚱뚱한 사람은 자기관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다이어트와 요요현상을 반복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지속적인 다이어트를 가능케 하는 식습관에 대해 2주에 걸쳐 방송한다.

23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우리가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전했다.

26세 취업준비생 김주희씨는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동안 단식원에서 생활했다는 김주희씨는 8kg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지만 퇴소한 지 두 달이 채 안 돼 몸무게가 다시 늘었다. 김주희씨는 "단식원이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20kg 가량 살을 뺐다가 10kg이 다시 쪄서 단식원에 들어갔다. 굶는 다이어트가 요요로 이어진다는 것은 알지만 건강하게 빼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단식을 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그런데 다이어트가 끝나면 음식에 유혹을 쉽게 느낀다"고 말한다.

특히 김주희씨는 아이스크림과 과자 등 군것질과 빵에 대한 강한 식욕을 보였다. 김주희씨는 "취업준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달콤한 것이 먹고 싶어질 때가 많다. 한번 음식 생각이 나면 빨리 먹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초조해지고 양도 조절이 안 된다. 먹고 나면 바로 후회한다"고 전했다.

21세 나소연씨 역시 식욕조절에 어려움을 느낀다. 나소연씨는 "앉은자리에서 과자 몇 봉지, 아이스크림 몇 개는 금방 먹는다. 밥, 찌개는 포만감이 큰 반면 과자, 아이스크림은 칼로리는 높지만 포만감이 적다. 다이어트 합숙소까지 찾아 12kg을 빼기도 했지만 퇴소하는 순간 단맛에 대한 집착은 더 강해졌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살이 찔 것을 알면서도 특정 음식에 자제력을 잃는 것은 현대사회 음식환경과 그에 반응하는 뇌 활동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미시건대학교 심리학 박사 애슐리 기어하트는 알콜 중독 치료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섭식장애를 겪는 이유에 대해 연구 중이다.

애슐리 기어하트는 "보다 맛있게 가공되고 정제된 음식들은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통제력을 잃게 한다. 이런 종류의 음식을 먹으면 뇌에 굉장한 보상을 주게 되는데 특히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뇌의 보상 시스템이 더욱 민감해져서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보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음식 조절을 못하는 사람의 경우 의지만으로는 유혹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음식 성분과 음식을 만드는 산업 자체가 비만 확산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고 말한다.

니콜 아베나 마운트사이나이 병원 약학과 교수는 "몸은 배부름을 느끼면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음식의 쾌락적인 요소가 배부름을 느끼는 신호를 지배하기 시작하면 과식을 하게 된다. 특히 정제된 설탕은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을 과다 분비시켜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현대 식료품점에서 살 수 있는 대부분의 음식들이 설탕과 지방 등을 일부러 첨가한 가공식품인데 이것들이 사람들의 식습관 뿐 아니라 뇌에 변화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오레곤 연구소에서는 일반인과 섭식장애를 겪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뇌가 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소냐 요컴 뇌영상학박사는 "다양한 음식 이미지에 따라 뇌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한다. 실제로 물과 초콜릿 밀크쉐이크가 주입됐을 때 뇌 반응을 살펴본 결과 열량이 높은 초콜릿 쉐이크를 먹었을 때 뇌가 전반적으로 활성화됐다. 또한 채소, 과일 등 저칼로리 음식에 비해 고열량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도 뇌가 전반적으로 활성화 된다. 평소 식습관이 어떤지와 상관없이 뇌는 무의식적으로 고당류, 고열량 음식을 선호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임상심리학자 에릭스타이스는 "공복 시간이 길어지거나 살이 빠진 상태일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에서 느끼는 음식의 가치가 커지게 된다. 보상가치를 느끼는 뇌 영역이 더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칼로리를 줄여서 살을 빼고자 하면 실패할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주희, 나소연씨를 포함한 다섯명의 여성은 경기도의 한 다이어트 캠프에 모였다. 이곳에서는 하루 일과 대부분이 운동하는 것에 집중돼있다. 또한 하루 세끼 식사가 담당 트레이너가 철저히 계산한 저염식, 저칼로리 식단으로 준비된다.

조아라씨는 "지난해 30kg을 감량했지만 요요현상이 왔다. 다른 여자들은 안 써도 되는 시간을 나는 체중관리에 쓰고 있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많이 든다"고 말한다.

28세 서지혜씨는 "가장 뚱뚱했을 때와 날씬했을 때 몸무게 차이가 30kg 정도다. 편의점을 운영하다보니 눈앞에 있는 게 과자와 아이스크림이다. 식욕을 억제하기 힘들다"고 전한다.

합숙 다이어트 한 달 후 다섯명의 여성들 모두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4.1kg에서 9.4kg까지 체중 감량을 보인 다섯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기초대사량과 운동능력 검사를 진행했다.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세정 운동생리학 박사는 "근육 손실을 최소화해서 잘 감량하신 것 같다. 심폐 기능도 더 좋아졌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참여자들의 기초대사량 자체가 줄어들었다. 몸무게가 빠지면 몸은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게 됐다고 느끼고 효율적으로 변해버린다. 물론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게 된 건 좋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똑같이 먹어도 살이 더 찐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감소했으며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민선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음식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몸이 체지방량을 유지하고자 음식에 대한 욕구를 올려서 찾아다니게 만들고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여서 몸에 저장시키려고 한다. 생존 본능인 것이다"고 말했다.

합숙소 퇴소 한 달 후 김주희, 서지혜, 조아라씨는 모두 체중이 2kg 정도 상승했다. 이들은 "캠프에서는 하루 종일 운동하고 식단도 맞춤으로 제공됐지만 밖에 나와서는 식욕을 억제하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

신체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방 세포량에 따라 그 양이 조절되는 식욕 억제 호르몬 렙틴이 다시 높아졌다. 향후 체지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한 식습관이 바뀌면서 혈당 변화 폭이 크게 상승했으며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로 불리는 LDL 역시 증가했다. 기름지고 단 음식 섭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민선 교수는 "저칼로리 음식을 먹는 것을 평소에 선호하지 않았던 사람의 경우 그대로 놔두게 되면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의식적으로 식단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미국 예일대학교 신경생물학자 토마스 호바스는 "살을 빼더라도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다이어트는 음식에 대한 갈망을 더욱 부추긴다"고 설명한다. 토마스 호바스는 "갑자기 먹는 것을 줄이면 몸이 에너지 긴축상태에 들어간다. 최대한 에너지를 적게 쓰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평소 먹던대로 먹게 되면 빠른 속도로 체중이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은 “음식이 흔하고 고칼로리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대 음식 환경이 사람들을 쉽게 비만으로 만든다”면서 “결국 몸의 본성을 자신이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체중관리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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