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정치 악재 전염 막으려면 경제 성장 혜택 국민에 안겨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유로존 경제가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 구조조정, 그리고 유가 하락에 힘입어 일단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관련 정치적 위기가 전염될 경우 유로존 경제 회복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3일 골든브릿지 투자증권이 소개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마침내 성장세를 보이는 유로존’ 이란 분석이 주목받고 있다.  

WSJ에 따르면 유로존은 지난 몇 년간 너무나도 많은 정책적 실수를 범했기 때문에 마침내 제대로 된 방안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힘들 수도 있다.

특히 유로존의 긴축재정 정책은 더 이상 성장에 방해물이 되지 않고 있으며 은행 역시 회복하고 있다. 

또한 유가와 유로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럽 수출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유럽 경제의 구조조정도 결실을 맺고 있다. 

유럽이 세계 경제의 기관차가 되지는 못하지만, 이제 더 이상 승무원실에 불과하지도 않다는 게 WSJ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이제 유로존은 고비를 넘긴 것일까. WSJ은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그리스가 국가 부도와 유로존 퇴출 위기로 휘청거림에 따라 정치적 시한폭탄이 유럽의 회복을 뒤집어 놓을 수 있다”고 WSJ은 걱정했다.

WSJ은 "유로존이 그리스발 정치적 오염을 막으로면 경기 회복을 지속하고 나아가 그 결실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다음은 WSJ이 전하는 유로존 경제 회복 소식과 위험 요인, 그리고 위기탈출 해법이다.


◆ 좋은 소식은?

지난주 IMF(국제통화기금)가 유럽의 성장률 전망을 1.5%에서 1.6%로 상향조정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호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통화정책과 펀더멘털 개선으로 유럽 증시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PMI(구매관리자지수=기업 구매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경제 동향을 묻는 것) 지표는 경제 강국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독일 뿐만 아니라 다른 유로존 국가의 제조업 섹터 역시 순항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유럽 지역에서는 아일랜드가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며 독일,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4개국 중에서는 스페인이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이러한 결과가 있기 까지는 정책 입안자의 공이 컸다.

첫째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에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추었고 지난 달에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유로화 가치의 급격한 절하를 유발해 냈다. 그리고 이런 저금리, 유로화 약세, 그리고 주가 상승은 민간경제의 강력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둘째로, 유럽국가의 정부는 2011년부터 재정 투명성을 강력 주장하면서 투자자들에게 그리스의 부도위기 같은 위험이 없을 것임을 확신 시키고자 급격한 재정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 정책을 입안했다. 이어 작년에 긴축정책이 대부분 종료되었고 유럽 당국은 프랑스나 이태리와 같은 경제 약세국에게 예산 목표치 스케줄을 완화시켜 주는 여유까지 부리게 됐다. 경제 환경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신호다.

세 번째로, 유럽의 은행들이 자산 퀄리티와 경제위기를 견딜 수 있는 여력을 검토함에 따라 새로운 자본을 조달하고 대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업 및 가계대상 신용거래는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락세에서는 벗어났으며 은행 대출이 더욱 더 손쉽게 일어나고 있다. 다음 주 월요일 발표될 ECB의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동안 산산조각 났던 유럽의 금융시장은 국가별 대출비용 수준이 비슷해진 것 등으로 보아 작년부터 재조합 되고 있다.

네 번째로, 구조조정이 빛을 발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불황과 긴축재정에 반대했지만, 일부 국가에서 결실을 내고 있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일자리 창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경우도 재정부 장관인 카를로 파도안이 “노동시장법 개정이 아직 효과를 볼 단계는 아니지만 우리는 결국 유럽 수준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긍정적인 신호와 유가 하락을 모두 고려해 볼 때, 유로존이 성장을 하지 않는 게 더 충격적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 하지만 낙관은 일러

그럼에도 유로존과 관련해선 여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올해의 양호한 성장률은 유럽의 지난 전적과 비교했을 때에만 좋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유럽의 장기 성장 잠재력은 인구수 부족과 생산성 결핍으로 억제되고 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지나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리스라는 문제가 있다. 

그리스의 새로운 좌파 정부는 지난 2월,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이 생산량을 25% 축소시키고 실업률을 26%나 상승시켰다고 밝히며 이에 대한 완화를 협상하고자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채권자인 IMF(국제통화기금)와 ECB 및 다른 유럽 국가들은 그리스 정부가 구체적인 제안에 대한 평가에 실패하고 그리스의 전투적인 협상 스타일에 지쳐가는 등 확연한 불만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는 이러한 합의 없이는 추가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것이며 5월이나 6월 IMF나 ECB로 인해 부도선언을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ECB는 그리스 은행들에게 긴급 자금을 대출해주었다는 이유로 그리스 중앙은행에 빗장을 걸어야 만 할 수도 있다. 예금 유출을 막고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그리스는 자본통제를 가하고 유로존을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제 금융시장에서 전염 위험은 최소화 된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위험은 정치적 리스크에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퇴출되면, 집권을 위해 다투는 포퓰리스트 당에게 유로존 탈퇴는 더 이상 상상도 할 수 없는 옵션이 아니게 된다. 

게다가 스페인에서 반(反) 긴축재정을 외치는 당이 올해 말 있을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반(反) 유로 국민 전선당이 2017년 대선에 후보를 낼 수도 있다. 

이에 투자자들은 불안함을 보이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떨어지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채권의 금리가 최근 독일 채권에 비해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정치적 전염 위험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진행 중인 유럽의 회복세가 유권자들에게 가시적인 혜택을 안겨 주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긴축재정으로의 때 이른 회귀는 금물이며 ECB가 시작한 일에 끝을 보게 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그렇게 돼야 유럽 정부가 장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경제 정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숨 돌릴 공간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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