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고객센터 직원들이 전하는 문의고객 천태만상

고객만족센터에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화가 난 고객을 응대할  때가 있다. 전화기를 드는 순간 고객은 화부터 내고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매도를 해야 할 것을 잘못해 매수를 했고 '미수'인데도 '매수'가 유발 됐다는 고객을 응대하게 됐다. 고객은 먼저 “매수와 매도를 명확하게 구분해놓지 않아서 잘못 매매하지 않았느냐”며  당사의 시스템 탓을 하더니 “일부러 고객이 실수하게 유도해 빈번한 매매로 매매수수료를 취하는 것 아니냐”고 짜증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갖고 있는 예수금이 없는데 미수로 매수가 됐다는 것에 화를 있는 대로 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고객도 잘못된 매매로 당황하고 속상해서 화를 내고 폭언을 했던 것이리라... 이해 못할 일도 아니지만 그때 당시에는 안내하는 것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당신의 실수도 회사잘못이라고 말하는 데 나도 덩달아 화가 나기 시작했다. KBS2TV의 ‘분노조절법’이란 프로그램에서 사람이 화가 나면 아이큐가 30정도로 떨어진다는 내용을 방송한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천 번은 넘게 안내했던 미수동결제도에 대한 것도 버벅거리며 안내하고 할 말도 생각나지 않아 나도 언성을 높이게 되었다. 그렇게 고객과 서로 언성을 높이다가 문득 고객과 싸워 나에게  이득이 될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왜 그랬는지 몸을 숙이고 책상 밑으로 들어가서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화를 진정시키기 위한 나만의 특단의 조치였던 것 같다. 몸을 숙이니 화도 수그러드는 것 같고 책상 밑이 조용해고객의 말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매매가 잘못돼 안타깝고 속상하신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드리며 차근히 다시 한 번 안내를 해드리니 고객도 같이 진정이 됐는지 처리 방법에 대해 안내를 받은 후 미안하다며 전화를 끊으셨다.

감정이 몸을 지배한다고 했던가. 이번 일로 사람의 행동 또한 감정을 움직인다는 걸 느꼈다. 일부러 웃으며 일을 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지고 몸을 숙이면 마음도 한결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내가 차분하게 안내를 시작하니 고객 또한 불같던 화를 누그러뜨리고 이내 사과를 하시지 않았던가.

이 일을 계기로 나는 화가 난 고객이 연결 될 때마다 책상 밑으로 들어간다. 긍정적인 행동으로 일한다면 얼마든지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각오로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상 밑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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