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소방관·경찰관 처우 개선 강조

▲ 출처=MBC PD수첩 예고편 캡쳐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최근 소방관들에게 지급되는 방화복의 성능 검사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방화복 1만9000여벌이 회수 조치됐다. 국민안전처의 검사 결과 성능에 이상이 없음이 밝혀지면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그 과정에서 대체 방화복이 지급되지 않는 문제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소방관에 대한 처우개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의 안전을 위해 생명을 담보로 일하는 소방관이 처한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MBC 'PD수첩'이 각종 재난과 재해 현장에서 부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른 소방관과 경찰이 국가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사연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29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PD수첩'은 '소방관과 경찰, 그들만의 고통'을 통해 소방, 경찰 공무원을 위한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지난 5년간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29명에 이른다. 1만명 당 순직률을 비교했을 때 미국과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소방관의 순직 인정 요건이 까다로워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난해 폐암 4기 진단 2년 만에 사망한 고 최홍 소방관은 20년간 화재현장 곳곳을 누볐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에도 구조대원으로 투입됐는가하면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화재 현장에서도 구조 활동에 참여했다. 그러나 최홍 소방관은 의학적인 소견 상 폐암과 직무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지난 2007년도부터 심사기준을 정해 의학적으로 확실하게 인정하는 질병 외에는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해당 소방관이 현장에서 얼만큼 연기를 마셨는지, 발암물질에 노출됐는지 등의 입증책임이 본인에게 있는데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방관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유독가스가 뒤덮힌 화재현장에서 일하는 근무환경이 암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서울소방학교 소방과학 연구센터 김정인 책임 연구원은 "화재현장의 경우 포름알데하이드, 벤젠, 벤조에이피렌, 석면 등 단일물질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1급 발암물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열악했던 소방장비로 인해 유독가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화재현장을 정리할 때에는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많아 폐암 발병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무원은 직무 중 사망시 위험도에 따라 '공무상 사망과 '순직'으로 처리되는데 순직공무원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순직을 인정받게 되면 국가유공자로서의 대우와 함께 유족연금 외에도 공무원 소득 월평균액의 44.2배 정도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그러나 소방 공무원의 경우 다른 직군에 비해 순직인정 기준이 더 까다롭다는 지적이 있다.

경상남도 함양에서 현장 적응훈련을 하던 중 사망한 고 곽기익 소방관 가족은 순직여부를 놓고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당시 고 곽기익 소방관은 화재 발생에 대비해 출동 경로를 파악하고 시간을 점검하는 훈련 중 6000리터의 물을 옮기는 물탱크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전날 내린 비가 얼어붙은 땅에서 심한 커브길에서 미끄러진 물탱크차로 인해 길가에 세워졌던 표지판이 운전석을 덮치면서 곽 소방관은 사망했지만 국가보훈처는 순직요청을 거부했다.

현장 적응훈련이 고도의 위험한 직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유족 측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혜원 변호사는 "소방 공무원이 제복을 입고 훈련하기 위해 소방차를 타고 물을 채운 상태의 차를 운전하던 중 사망했다는 것을 일반 교통사고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고 동료 소방관들은 "현장 적응훈련은 효율적인 화재진압을 위해 부수적으로 하는 활동이다. 이런 식으로 차별을 둔다면 어느 소방관이 나서서 그런 업무에 적극적으로 참여 하겠나" 등의 입장을 밝혔다.

故 곽기익 소방관은 행정소송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1년 만에 순직 인정을 받아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한편 12년 차 소방관 이진수씨는 화재진압 중 부상으로 추간판(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원반 형태의 구조물) 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전문의는 "디스크가 파열됐는데 협착증 등이 전혀 동반되어있지 않았었다. 결국 외력이 가해진 것으로 판단되는데 여기에 직업적인 요소가 크게 관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신경외과 전문의사들이 척추 MRI를 확인한 결과 추간판 파열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공무 중 부상처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진수씨는 "소방관은 몸이 상하더라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힘들게 일한다. 그런데 '네가 갖고 있는 질병이지,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그런 것이 아니다'는 판정을 받게 되면 이 직업을 선택한 게 후회될 정도로 낙심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화재현장에서 입은 큰 부상에도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사연도 전해졌다. 지난해 5월 한 공단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3도 화상을 입은 홍성용 소방관은 "그렇게 죽는가보다 싶었다. 화상을 입은 손마디는 굳어서 움직이질 못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6000만원의 치료비가 들었지만 보험 급여항목이 아닌 비용 1000만원은 직접 부담해야 했다"고 말했다.

홍 소방관은 심각한 다리 쪽 화상에 피부이식 수술을 2번 받았지만 흉터가 크게 남았다. 그러나 흉터제거수술의 경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치료비가 실제 치료비보다 낮게 책정돼있어 수술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종영 교수는 "직무 수행 중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맞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목숨을 내놓고 다른 사람을 구제하려고 할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01년 부산광역시 방화사건에서 전신 65%의 화상을 입은 김덕곤씨는 "몇 차례에 걸쳐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다. 15년 정도 지났지만 당시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을 입고 화재를 진압하면서 크게 다쳐 흉터가 심하다. 한 달 130~140만원 정도의 약값이 부담돼 8개월 만에 현장에 복귀했었고 사고 이후 치료에 쓴 자비만 4000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말 기준 소방공무원이 사용하는 방화복 22%, 헬멧 26%, 공기호흡기 14%가 노후장비인 것으로 조사됐다. 열악한 장비에 소방관들은 부상위험은 높지만 소방관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소방병원은 전무하다.

지난 2004년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시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장용석 경장의 사연도 전해졌다. 사건 이후 사지마비 환자가 된 장용석 경장의 부인 황춘금씨는 "당시 경찰청에서 규정을 들어 직권면직 처분을 내렸다. 병가를 포함한 휴직 기간이 모두 끝났다는 이유에서였다. 억만큼의 보상금은 바라지도 않는데 기본적인 치료조차 전념하지 못했었다. 장기입원 환자를 꺼리는 병원 때문에 최소 3개월마다 병원을 수없이 옮겨 다녀야 했다"고 전한다.

한세대학교 경찰학과 신현기 교수는 "공무집행 중 심한 부상을 당한 경우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법률적, 제도적인 개선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장용석 경장과 함께 근무했던 수원동부파출소 장성진 경감은 "조국은 경찰인 나를 믿는데 나의 가족은 누굴 믿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장용석 경장의 가족분들도 잊혀져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PD수첩'은 "각종 재난, 재해 현장에 뛰어들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경찰공무원이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과 보호를 받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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