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고객센터 직원들이 전하는 문의고객 천태만상

어느날 특이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키움증권과 거래하는 고객인데 제발 자신으로 하여금 주식투자를 끊게 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하소연이었다. 난감했다. 키움증권에 근무하는 직원이 고객에게 우리회사와 거래를 끊으라고 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뭐라 도와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말문이 탁 막혔다. 

다만 고객이 더이상 거래를 하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길래 계좌를 정지하는 방법도 있고, 비밀번호를 눌러 5회 오류나게 하면 은행에 방문하기 전까지는 거래를 못한다고 업무적 안내를 해주자 고객은 연달아 한숨만 내 쉴 뿐이었다.

고객은 이어 "자신이 거래를 하기 싫어하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고 물어왔다. 이에 우리 회사쪽에서 뭔가 실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조바심에 조심스레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약 20분간 업무적 대화가 아닌 고민상담으로 이어졌다.

그의 직업은 택시기사라고 했다. 그런데 이놈의 주식을 끊으려고 해도 이제는 도무지 끊을 수가 없게 돼 큰일이라고 했다. 주식을 끊으려고 하면 내가 팔아버린 주식들이 그새 올라가 있고, 그래서 다른 건 욕심이 생겨 매도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는데 또 그건 어느새 바닥을 찍고 손실을 일으킨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는 그러면서 "주식장이 오르락 내리락 할 때마다 (그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일은 안하고 자꾸 하루종일 주식만 보게된다. 가족들 모두 주식하는 것을 싫어하고, 주변에서 말리는데도 끊을 수가 없다"면서 자신이 끊지 못하니 (강제로라도) 거래를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는 하소연이었다.

나는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도 계속 고객의 얘기를 들어 줄 수 밖에 없었고, 고객은 "이런 얘기는 창피해서 다른데서는 못한다.  미안하지만 그냥 자기얘기 좀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고객은 자기 계좌를 보고 있느냐고 물어왔다. 자기 계좌를 보고있자면 통화하고 있는 아가씨도 나를 한심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며 자기가 사는 주식마다 다 마이너스라는 말을 반복했고 한숨은 끊일 줄 몰랐다.

이렇듯 얘기를 들어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고객은 "아가씨가 봐도 나 참 바보 같죠? 그래도 아가씨한테 얘기하고 나니 속이 조금 풀린다"며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가 "이제 아가씨 힘들겠다"면서 전화를 끊으려 하는데 고객이 투자한 종목의 현재가를 조회하던 중 다행히 보유종목 5개 중 3개가 상승해있었고 나는 그 사실을 알려주며 위로해 주려 애썼다.

그랬더니 갑자기 고객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아, 그게 올랐느냐"고 다시 묻고는 엄청 좋아했다. 재차 현재가를 확인하더니 "아휴 내가 진짜 정신나갔지. 아가씨 고마워요."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주식거래 안하겠다며 계좌마다 마이너스라고 한탄했던 약 20분간의 전화통화는 우울했지만, 마지막에 보유종목들이 올라서 기쁘다며 전화를 끊은 이 고객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덩달아 힘이 솟아올랐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때로는 고객의 하소연만 잘 들어줘도, 아니 고객의 말벗만 되어줘도 훌륭한 서비스가 되는구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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