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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2' 대박 이면엔 저예산 영화 몰살
'어벤져스 2' 대박 이면엔 저예산 영화 몰살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5.05.11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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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독차지에 관객들 선택 폭도 좁아져...'시사매거진 2580'
▲ 영화 '어벤져스 2' 티켓 예매 중인 관객들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미국 마블사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 2)이 개봉 17일 만에 900만 관객을 불러들이며 기대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블록버스터 규모에 마블사 최초의 한국 배우 출연, 국내 촬영 이슈는 관객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그러나 '어벤져스 2'의 흥행 뒤에는 단기간에 수익을 끌어올리려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공세도 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1일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제기된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여전히 저예산 영화작품의 상영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벤져스 2'는 개봉 후 첫 주말인 지난달 24일 하루동안 1만18차례 상영됐다. 이날 전국 극장 상영 횟수가 1만4688회인 점을 감안하면 '어벤져스 2'의 상영 점유율은 68.2%에 이른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학과 교수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자본의 회수를 위해 더 많은 스크린을 확보해야 하고 한국 영화 관객 특성상 영화 취향이 쏠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점이 스크린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영화에 밀려 저예산 영화의 경우 관객과 만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 '어벤져스 2'와 같은 날 개봉한 한국영화 '약장수'는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를 챙기지 못하는 사회세태를 담아낸 줄거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 받고 있지만 예술극장 등 전국 10개 스크린에서 상영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상영관 측에선 '관객의 수요에 맞춘 것이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어벤져스 2'의 경우 예매율이 96%로 역대 영화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좌석 점유율도 높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매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영화의 경우 2~3주 전부터 예매 사이트를 여는 데 스크린 수 배정이 적은 영화는 예매 사이트도 나중에 오픈하기 때문에 예매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좌석점유율 역시 기대가 낮은 작품의 경우 아침, 늦은 밤 시간대에만 스크린이 배정된다. 실제로 영화 '약장수'의 경우 개봉 첫날 한 대형극장에서 5회 상영됐지만 일주일 뒤에는 2회 상영에 그쳤다. 그마저도 밤 12시50분, 아침 7시50분 등 관객이 적을 수밖에 없는 시간대에 배정돼 있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 박철민씨는 "정말 열심히 만들었던 작품이 관객들과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 당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말을 전했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관객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간대에 스크린을 배치해놓고 좌석 점유율이 낮다는 이유로 조기종영을 시킨다는 것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영화들을 홀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윤철 감독협회 부회장은 "관객들이 들어올 수 없는 시간대에의 경우 똑같이 200개의 스크린을 배정했다고 해도 그 효과가 50개 준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어벤져스 2'와 같은 블록버스터 작품의 상영 점유율이 국내와 크게 달랐다. 개봉 첫 주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리갈 극장에서 '어벤져스 2'를 상영하는 스크린은 14개 중 4개에 그쳤다. 나머지 상영관에서는 다른 영화가 걸려있었다. 미국은 70년 전부터 영화의 상영과 배급을 분리시키고 있다. 또한 극장은 영화를 오래 상영할수록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에 개봉 초기에 한 영화를 많이 배정할 필요가 없다.

프랑스 UGC 노르망디 극장에서는 '어벤져스 2' 상영관이 한 개 뿐이다. 쟈크 제르베 프랑스 영화 평론가는 "전세계 사람들이 같은 음식, 같은 옷, 같은 언어로 생활하게 된다면 인류의 문화 다양성은 사라진다. 자유경제는 사실상 자유와 거리가 멀다. 닭장 속에서 늑대와 닭이 함께 자유롭다면 그게 진정한 자유인가. 강자 앞의 약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종말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한 영화당 최대 2개의 스크린까지만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6년 영화 '괴물'이 스크린의 대다수를 독점했던 때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배장수 한국영화제작협회 이사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관객들의 이용률을 편리하게 한 점은 인정하고 한국 영화의 완성도도 높아졌지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단점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스크린 독과점이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영화계에서 독과점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이들과의 이견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한 영화가 스크린의 50% 이상을 점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영화계 안팎에서 반대에 부딪혀 예술영화관 의무 설립으로 축소 발의됐다.

정윤철 감독협회 부회장은 "독과점의 피해를 경험한 감독들은 '내가 작품을 만들어봤자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을까'하는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고 말했으며 한 영화사 관계자는 "이미 개봉 전부터 극장의 기대치에 따라 스크린이 정해지다보니 허탈한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시사매거진 2580' 제작진은 "물론 작품 간 자유로운 경쟁을 막을 수는 없지만 경제 생태계의 약자를 배려할 뿐 아니라 다양한 영화를 즐길 관객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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