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존 맥케인 미국 상원의원은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로 잡혔던 전쟁용사 출신이다.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었다가 패배했다.

전쟁용사답게 그는 미국의 군사력을 앞세워 국제 분쟁을 해결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기로...

뉴요커는 맥케인 상원의원이 28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군사력을 동원해 “국제축구연맹(FIFA)을 영원히 파괴해 버릴 것”을 촉구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 "맥케인 상원의원이 FIFA에 대한 무력 사용을 촉구했다"는 뉴요커의 기사. 사실은 기사가 아니라 그의 정치 행태를 꼬집은 풍자다. /사진=뉴요커 화면 캡처.

 

글에 따르면 맥케인 상원의원은 “이 작자들은 오로지 힘만 이해하는 무리들”이라며 “FIFA에게 미국 군대의 보복의 우월함과 분노를 맞보게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맥케인은 또 미국 법무무가 FIFA 관계자들을 체포한 데 대해 “전혀 인상적이지 못한 일”로 평가절하고 “반창고 처방으로 유명한 현 정권의 모습을 또 한번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금까지는 글을 읽으면서 맥케인 상원의원이 고령의 한계를 넘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뉴요커는 그가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을 지옥의 문까지 끌고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여기서부터 이 글이 어떤 성격의 글인지 궁금해졌다.

뉴요커는 이어 맥케인 상원의원이 축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40억 달러 지원 법안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미 오래 전에 했어야 할” FIFA에 대한 무력 사용을 촉구하면서 “FIFA를 창조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확인 결과, 이 글은 뉴요커에 실린 ‘기사(?)’ 중 하나이긴 했다. 그러나 진실보도의 기사가 아닌, 최근 뉴스에 대한 풍자(satire)였다.

뉴요커는 느닷없이 왜 이런 풍자를 한 걸까. 다 원인이 있는 법이다.

맥케인 상원의원은 최근 FIFA 스캔들과 관련해 2018년 러시아의 월드컵 개최권을 유보해야 한다는 서한을 FIFA에 진짜로 보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벌인 러시아는 월드컵을 개최할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뉴요커의 풍자에는 단순히 최근 FIFA 스캔들에 대한 조롱만 담겨있지 않다. 용사 출신이라는 맥케인 상원의원이 대통령 후보급 정치인이 돼서도 덮어놓고 싸우고 보자는 행태를 지속하는 데 대한 풍자가 들어 있다.

FIFA를 무력 침공하자는 얘기는 허위지만, 기사(?) 곳곳 맥케인의 발언은 그가 진짜로 즐겨 쓰는 논리를 흉내내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허위 기사에 속았어도 재치에 박수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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