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투자전략팀의 이철희 박사는 미국과 일본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꺼져가는 경제성장의 동력을 되찾고 있듯이 우리도 통화정책의 대전환을 시도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나치게 균형재정만 중시하는 도그마에서 벗어나 한국은행 또한 다른나라들의 통화정책 레짐 변화를 도외시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즉 물가목표도 확실히 정하고 명복 GDP(국내총생산)성장 목표도 높여 자산가격 하락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꺼져가는 성장동력을 되살리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지적이다.

 
1)세계 통화정책 레짐 전환과 미국 일본의 디플레 탈출
 
이철희 박사는 우선 세계 통화정책 레짐 전환과 관련해 미국과 일본, 영국의 사례를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과거의 통화정책은 곧 물가정책으로 인식됐으나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했다. 노령화와 소비위축, 그리고 이로 인한 디플레 문제 부각 등 새로운 경제문제들이 과거와는 다른 통화정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 연준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물가목표를 2%로 정해놓고 적당한 돈풀기를 통해 디플레로 가는 상황을 막아보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이제 인플레 목표를 2.5%로 과감히 높이고 그것도 모자라 현재 7.8%수준인 실업률 하향 목표를 6.5%로 확 끌어내려 놓고 이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무제한 돈풀기에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는 것이다. 즉 통화당국이 물가와 명목GDP상승이라는 두가지 요인중 명목 GDP쪽에 타킷을 두고 획기적인 양적완화정책을 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소비와 투자가 촉진되고 나아가 이것이 미국 경제를 빠른 속도로 안정화시키고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아울러 이 박사는 미국의 경우에서 봤듯이 어설픈 목표를 설정해 놓고 찔끔찔끔 돈을 풀어대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이를 신뢰하지 않고 지갑을 열려 들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도 과감할 정도의 실업율 관리 목표와 물가목표를 제시하며 파격적인 돈풀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지난해까지 미국은 2%라는 어정쩡한 물가 상승목표를 갖고 양적완화정책을 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이 이를 신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같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국채나 현금보유만 선호하면서 보수적 태도를 보일 뿐 좀처럼 지갑을 열려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통화당국은 물가목표를 2.5%로 더욱 높이고 실업률 6.5%달성이라는 파격적인 목표를 내세우며 더 적극적인 양적완화정책을 펼친 결과 인플레를 촉발시키며 성장동력도 살려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국은 버냉키 후임으로 이스라엘의 명목GDP 성장에 기여한 피셔가 거명되고 있는데 피셔가 연준을 맡게 될 경우 현재의 통화정책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피셔는 버냉키의 스승이기도 하다.
 
이 박사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화시킨 것은 유로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실제로 국채 매입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유로존 통화당국이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해주겠다고 선언하면서 이 지역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는 데 이 또한 통화당국이 파격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확실한 경제살리기 의지를 보여 준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일본 아베 정부도 중앙은행 총재까지 바꿔가며 과감한 통화정책으로 위기돌파에 나선 케이스다.
 
이 박사는 일본의 경우 지진과 중국의 위협이라는 두가지 위기의식이 있었기에 이같은 파격적인 정책 전환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아베가 이 두가지 위기감을 부각시키면서 적극적인 인플레 정책을 기반으로 위축된 일본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내 걸어 지난해 말 선거에 승리할 수 있었고 총리당선 이후 과감한 통화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국의 경우도 그간 보수적인 통화정책을 펼쳤지만 7월 새 중앙은행 총재 취임을 앞두고 통화정책 목표를 명목 GDP성장에 타킷을 두는 쪽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특히 영국 중앙은행 총재로 내정돼 있는 ‘마크 칸’ 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의 경우도 양적완화정책을 통한 성장추진에 강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어서 미국 일본에 이어 영국도 양적완화 대열에 뛰어드는 건 시간문제라고 이 박사는 덧붙였다.
 
2)통화정책 전환 효과, 긍정적
 
이 박사는 미국의 경우 이같은 무제한 양적완화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경제상황을 도출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우 올해 2%, 내년엔 3%대 성장이 가능해질 만큼 안정궤도에 들어섰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미국이 이처럼 과감한 정책을 펼 수 있었던 데는 셰일가스라는 든든한 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암반에 매장돼 있는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기술을 터득했고 이것이 미국 경제에 큰 자심감을 심어주고 있다. 암반속 셰일가스는 매장량이 일반 천연가스에 비해 4배나 많은 반면 생산비용은 50%에 불과한 것이 큰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은 지난 2008년 12달러였던 단위당 천연가스 생산단가를 4분의 1수준인 3.15달러로 대폭 낮출수 있었고 이는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의 단위당 생산가격 16.76달러에 비하면 5분의 1가격으로 천연가스를 생산해 낼 수 있고 독일(9.56달러) 영국 (9.38달러)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가격으로 천연가스를 생산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이같은 설명의 배경이다.
 
이처럼 미국의 셰일가스가 아직 수출은 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내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여 제조업 생산 경쟁력을 높여주다 보니 중국 등 외국계 기업들도 미국시장을 떠나지 않고 아메리카 지역 내에서 경제활동을 확대해 주고 있다는 게 이박사의 견해다.
 
이 박사는 그러면서 2020년이 되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미주지역 독자적으로 에너지 독립이 가능해 지고 2025~2030년이 되면 미국만으로도 에너지 독립이 가능해 진다는 말도 곁들였다.
 
또한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같은 값싼 에너지를 줄 테니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자고 유로존을 설득하고 있고 한국 또한 미국과 FTA가 체결되어 있어 미국의 값싼 천연가스를 공급받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이박사는 덧붙였다. 이 박사는 일본 또한 미국의 천연가스를 공급받기 위해 FTA 등 여러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이 경우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만 미국의 천연가스 공급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도 빠뜨리지 않았다.
 
특히 중국의 경우 세계 최대의 셰일가스 매장국이긴 하지만 주로 신장 위그르 지역에 집중 매장되어 있다보니 셰일가스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물을 공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중국이 셰일가스를 캐내려면 물문제 때문에 신장 위그르 지역 주민을 모조리 집단 이주 시켜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이 될 것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또한 중국 새 정부가 ‘도시화’정책을 표방하고 있는데 이 또한 하수도 체계 정비 등 물부족을 해결하는데 상당한 초점이 맞춰져 있을 정도로 중국의 물사정은 셰일가스 대량생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경제와 관련해선 국유기업의 부채와 방만한 경영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특히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80%가 국영기업인데 이들 기업은 200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한 때 위기에 몰리자 지나친 자신감을 갖고 과도한 투자와 방만한 경영을 함으로써 위기를 자초했다고 이 박사는 지적했다. 즉 중국내 500개 주요 대기업중 무려 300개의 국유기업이 이런 부패와 방만 경영의 화신처럼 떠오르고 있는 데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긴축, 규제가 불가피해 이 여파로 중국 경제는 올해 8%대 성장을 회복한 뒤 당장 올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내년엔 다시 7%대 성장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이 박사는 내다봤다. 이 박사는 이어 중국 새 지도부가 미국 측과 협의해 이들 방만한 국영기업에 대해 과감한 긴축과 구조조정을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쨌든 이 박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셰일가스를 무기로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주택 경기 호전과 함께 금리도 완만한 상승세를 유도 하면서 올해엔 2%, 내년엔 3.5%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이같은 경제안정을 기반으로 올 연말쯤 양적완화 정책을 끝낸뒤 내년부턴 달러화가치를 상승시키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시키는 작업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일본도 아베정부 출범이후 엔저 정책하나만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황을 연출해 내고 있다. 이와관련, 이 박사는 일본의 경우 GDP대비 부채비율이 230%나 되기 때문에 과감한 양적완화 정책을 펴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이는 현재의 새로운 통화정책 패러다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나오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보다는 일본이 양적완화를 통해 GDP성장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경우 경제규모가 그만큼 커져 부채비율은 자동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게 이박사의 설명이다.
 
3)한국도 미국 일본 영국의 통화정책 레짐에 가세할 필요 있다.
 
이 박사는 지난 2010년 G20의장국을 맡으면서 재정건전성을 주요 의제로 도출해 냈고 그바람에 한국만 디플레상황을 맞으면서도 재정건정성을 강조하는 정책을 펴게 됐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만 채권수익률이 플러스를 유지하고 나아가 국제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국가신용등급을 올려받는 결과를 얻었지만 통화정책적 측면에선 손해보는 장사를 하게 됐다는 뉘앙스다.
 
그러나 지난주말 러시아 G20회의에선 결국 미국이 이기는 결과가 야기됐다고 이 박사는 지적했다. 재정건전성은 기조만 유지하되 일본을 비롯한 각국의 양적완화정책을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재정절벽이라는 위기를 긴축을 통해 해결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 점을 이 박사는 중점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이런 양적완화 덕분에 현재 명목GDP성장률이 4%대에서 5~6%수준으로 올라가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따라서 한국의 경우도 물가안정레즘에 묶여 있지만 말고 중앙은행이 물가와 성장을 동시에 고려하고 때로는 과감한 통화정책목표를 세운뒤 성장동력을 회복시키는 데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야만 소비자와 투자자가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고 더불어 한국 경제도 세계적인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게 이 박사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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