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사연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5일까지만 서울 금융위원회 사무실에 출근했다. 마지막 출근이었다.

그리고는 사실상의 운둔에 들어갔다. 외부와는 핸드폰을 통해 꼭 필요한 연락만 취할 뿐 대외활동을 삼가고 있다.

▲ 25일 퇴임사를 하는 김석동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그는 조만간 한국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남미로 여행을 떠난다. 칠레 페루 등 잉카문명의 발상지로 무작정 떠날 예정이다. 최근 필자가 한 조찬 모임에 참석한 김 위원장을 향해“남미로 떠나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그냥 머리나 식힐 겸 놀려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시 조찬 참석자들에게 “대한민국 경제와 한민족의 DNA"라는 책을 한권씩 선물해 눈길을 끌었다. 그랬다. 김 위원장은 2년 전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기 전에도 이곳저곳 탐방여행을 다니느라 바빴다. ‘한민족 에너지의 기원’을 찾아 여기저기 분주히 찾아다녔다. 그의 발걸음이 닿는 곳이 곧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 또 그렇게 펴낸 자료가 ”대한민국 경제와 한민족의 DNA"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 또다시 여행길에 오른단다. 4월 중순까지 한 달 이상 긴 나들이를 할 것이란 말도 곁들였다. 그가 잉카문명을 보고 오면 또다시 한민족의 DNA와 잉카의 발자취를 접목시키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새삼 김 위원장의 최근 행적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찌감치 사표를 던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 받은 다른 일부 공직자들이 연명이나 더 좋은 자리로 차고 들어가기 위해 로비를 펴고 있을 무렵 김석동 위원장은 정반대의 선택으로 의표를 찔렀다. 정권이 바뀌는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하는 2월25일 미련 없이 금융위원회 위원장직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선제 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를 두고 여론은 호의적이었다. 쿨한 공무원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계기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 다른 공직자들이 줄사표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에 필자가 김 위원장에게 “정부가 김 위원장의 사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테냐”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그럴 리 없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자신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의중과는 별개로 현직을 떠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조찬모임에서 또다른 동석자가 김석동 위원장에게 “다른 요직에 중용될 날이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네자 이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가져본 적 없다. 또 다시 그 복잡한 청문회를 받아가며 자리를 탐할 생각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25일 마지막 근무날, 그는 직통전화를 받지 않은 걸로 전해진다. 오로지 핸드폰 한 대만 의지한 채 외부와는 꼭 필요한 연락만 주고받은 걸로 전해진다. 그의 금융위원장 마지막 행보는 이렇게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마감되고 있었다.

필자는 김 위원장이 왜 그토록 금융위원장 직에서 미련없이 물러나기로 하고 되도록 한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남미를 택해 훌훌 떠나려 하는 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돌이켜보면 그의 지난 2년은 그야말로 굴곡의 연속이었다. 곪아 터질 대로 터진 저축은행에 메스를 가하면서 수많은 반발에 부딪쳐야 했다. 다른 공직자들은 뒷짐을 지고 있을 무렵 나홀로 금융위의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그 어렵다는 저축은행의 부실 및 부패 고리를 끊어내는 데 성공했다. 대마불사라며 몸집을 무한정 키워오던 덩치 큰 저축은행들이 가차 없이 구조조정의 단두대에 올려졌다.

그의 별명은 ‘대책 반장’이다. 다른 어느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일을 그는 억척스럽게 해낸다. 이번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그랬다. 그 뿐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자며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것도 김석동 위원장이다. 그 후 가계부채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까지 이어져 이제 새 정부가 가장 관심을 쏟는 정책 ‘0순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그의 이같은 좌충우돌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었다. 많은 부패공무원과 부패 정치인들의 반대를 뿌리치고 얻어낸 결과였다. 많은 부패공무원과 여야 정치인들이 저축은행 부패고리에 묶여 철창으로 향했고 그 와중에 김 위원장은 수많은 공격을 당해야 했다. 상황이 이럴 진대 그의 머릿속인들 얼마나 복잡했겠는가. 그가 금융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기 무섭게 한국에서 가장 먼 곳으로 떠나고자 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되도록 한국 냄새가 덜 나는 곳에서 머리를 식혀가며 신선한 재충전을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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