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군과의 체력 차이 극복 위해 연일 강도 높은 훈련 임해

▲ 출처=MBC 다큐스페셜 홈페이지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여군 특집을 편성해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2만 여 명에 달하는 여군들은 남성 못지않은 체력으로 훈련에 임하며 국가를 위해 힘쓰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MBC '다큐스페셜'이 '나는 대한민국 여군이다'를 통해 여군들의 사연을 전했다.

23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다큐스페셜'에선 국가를 보호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육해공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군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1950년 6.25전쟁을 계기로 탄생한 대한민국 여군은 당시 학도호국단 교련교사로 양성된 배속장교들에 의해 만들어진 '여자 의용군'을 전신으로 한다.

당시 김현숙 중위와 배속장교들은 '나라가 국난에 있는데 여자라고 가만히 앉아 남성에게만 의존하고 있을 수 없다'면서 이승만 대통령에게 여자 의용군을 모집을 건의했고 500명의 여성이 여자 의용군으로 발탁됐다. 이들은 전방 사단에 배치돼 활약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전쟁기념관을 찾은 90세 이수덕 할머니는 "통일 되면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리려고 보관했던 군복을 기증했다. 고향에 못갈 것 같아서다. 60년이 지났지만 지금 생각해도 여군 입대는 잘한거다. 여자라고 왜 군대를 안가나"고 말한다.

최근 여군들의 활약이 커지고 있다. 2012년 해군 최초 여군 고속정장이 탄생하는가하면 2010년에는 해병대 최초 여군 중대장이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여군이 천리행군 특전사에 올랐고 2001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장군이 탄생했다.

강력한 전투력을 지닌 공격헬기 코브라를 조종하는 육군 항공작전 사령부 강지니 중위는 우리나라에서 코브라 헬기를 조종할 수 있는 3명의 여군 중 한 명이다. 강지니 중위는 남자도 힘들다는 코브라 헬기 조종을 위해 매일 4시간씩 운동하며 체력을 보강한다.

강지니 중위는 "처음에는 큰 기체를 어떻게 움직일까 너무 힘들었다. 양손 양발을 모두 사용하면서 들려오는 무선에 반응도 해야 하고 3대가 한꺼번에 비행을 하다 보니 호흡도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여군 3명 모두 부조종사이지만 비행시간과 기량을 좀 더 높여 여군 최초의 정조종사가 되는 게 목표다. 탑헬리건이 되서 대한민국의 멋진 군인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육군 최정예부대인 독거미부대, 수도방위사령부 35특공대대는 중대장과 12명의 팀원이 건물벽을 타고 내려와 내부로 기습 침투해 적을 제압하는 훈련에 임한다. 이미 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독거미 대원들은 기초체력 및 특공무술, 사격, 레페 등 남군과 동일하게 훈련 받는다. 수도 서울에서 테러가 발생할 경우 투입되는 육군 최정예 부대지만 G20 정상회의 같은 국제행사에서 경호 및 대테러 작전을 벌이는 만큼 높은 사격기술은 필수다.

이현화 중사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체력과 임무를 완벽히 수행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부지런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부사관 임관 후 초급간부과정을 교육받는 육군 부사관 학교에서는 전지숙 상사가 훈련생 교육에 여념이 없다. 전지숙 상사는 "교육이 끝나고 나면 간부로 임무를 수행할 때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군인이 됐으면 한다. 군 생활을 하면서 교육생에게 일부러 무섭게 보여야겠다는 생각은 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남군과 차이가 나는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엄격할 수밖에 없다"고 전한다.

송예진 교육생은 "군대에 들어왔으면 다 같은 군인이다. 밖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일에 구분이 없는 것처럼 군대에 들어온 이상 성별만 다를 뿐 같은 군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김포해병대 2사단 모혜리 중위는 "전투복을 입은 모습을 봤을 때 해병대 장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국민이라면 우리나라를 지키는 것이 당연하고 나라를 지키는 데는 여자와 남자 구분이 없다"면서 자랑스러워한다.

남성적 강인함이 넘치는 해병대 소대원들은 모혜리 중위에 대해 "처음에는 여성 소대장이 낯설었지만 이제는 신뢰한다. 세심하게 소대원을 챙기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고 소통이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모혜리 중위는 "훈련을 하고 있는 동안 유사시 대원들의 목숨까지 지켜야 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다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자책감이 든다. 소대원들의 눈을 바라볼 때마다 책임감이 더 커지고 부모님이 소중한 아들을 군대에 보내주신 만큼 다치지 않게 전역 시켜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해 항만방어전대에서는 참수리급 고속정 278호를 진두지휘하는 정장 이현숙 대위가 있다. 고속정은 규모는 작지만 속력이 빠르고 무장이 잘되어있어 북한의 대남 해상 침투를 저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2002년 서해바다에서 발생한 연평해전 당시 참수리호 357정이 북한의 초계정으로부터 집중사격을 받아 6명의 장병이 전사했다.

사격훈련을 통제하는 이현숙 대위는 "배가 입항하던 도중 충돌위기 상황도 있었고 비오는 날에는 대원들이 갑판을 다니다 미끄러지기도 한다. 사격훈련 중 포대가 돌아가는데 나와 있는 대원들도 있다. 지휘관으로서 승조원들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존에는 고속정의 공간이 너무 좁고 고된 업무로 여성장교 부사관의 고속정 승선이 제한됐었다. 그러나 2012년 홍유진 소령이 여성 최초 고속정장으로 거듭나면서 여군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남겼다. 홍유진 소령은 "해상지휘관을 여군에게 맡겨도 될까 하는 우려의 눈길이 많았다. 그런 시선을 불식 시키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당시에는 6개월 밖에 못했지만 지금은 원하면 1년 동안 고속정장을 할 수 있게 됐다.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임하는 후배들이 많다는 게 자랑스럽다. 남성정장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잘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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