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그먼 "유로 버리고 자국통화 절하 통해 위기 극복" 제시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금 모으기 운동’이다.

경제 이론에만 따르면 ‘금 모으기 운동’은 엄청난 위기 앞에서 ‘계란으로 바위 깨기’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약혼반지, 돌반지가 수북이 모이는 모습은 한국에 구제 금융을 제공할 채권단에게 깊은 신뢰를 심어주는 경제외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지금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 채권단 트로이카가 그리스 정치권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를 심화시켰는데, 1997년 한국은 ‘금 모으기’를 통해 채권단에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1997년 위기 극복의 또 한 요인은 원화가치의 급격한 절하다. 원화 절하는 위기의 진행 상황인 동시에 위기 해결 요인이 됐다.

수 십 년 누적된 금융부실이 1996년 사상 최대 무역적자와, 무분별한 종금사 난립과 맞물려 달러당 740원이던 원화가치가 1997년 한 때 2000원 가까이 폭락했다.

그러나 원화가치가 절하되면서 수출이 늘고 무역수지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한국은 만성적인 무역적자에서 벗어난 무역흑자국으로 전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그리스에 대해 “오히려 유로존을 버리라”고 촉구하는 것은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크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그리스 경제의 붕괴는 그리스에 경제적 구속복을 입혀논 것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긴축정책이 효과를 본 국가에서는 통화가치의 절하가 크게 발생해 이들 국가의 수출품이 경쟁력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러한 사례로 캐나다와 아이슬랜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경우는 유로화를 쓰기 때문에 자국 통화 절하가 발생할 수 없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에 따라 그리스 국민들에게 국민투표에서 유로존을 떠나는 선택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을 ‘전문가’로 간주하고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들과의 협상을 요구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트로이카 관계자들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것에 속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사실 몽상가들”이라며 “우리가 거시경제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무시하고 매번 잘못된 선택을 거듭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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