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메르켈, 조용한 보복에 나섰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그리스 사태와 관련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행태는 보는 관점에 따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만하게 대한다는 느낌을 줄 소지가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줄곧 채권단의 전문가들이 아니라 정치적인 접근에 의한 해결을 강조했다. 협상단에 “메르켈 총리가 반드시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둘기’로 보이는 메르켈 총리가 깐깐한 전문가들을 정치적으로 눌러주기를 기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이런 분석을 원천 부정한다. 크루그먼 교수는 채권단 전문가에 대해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라며 치프라스 총리를 몰아내려는 사람들의 목적에 따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메르켈 총리가 치프라스 총리에 대한 보복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식은 공공연히 떠드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게 그를 뒤흔드는 것이다.

1일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그리스와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메르켈 총리는 5일 그리스 국민투표 전에는 아무런 대화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EU 집행위원회의 외교 분야 싱크 탱크 소속 요세프 요아닝은 “치프라스가 메르켈을 쥐어짜려고 했기 때문에 이제 메르켈이 치프라스를 쥐어짜는 것”이라고 촌평했다.

그는 메르켈 총리의 냉담한 태도에 다른 이유도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이 이제 다시 시작해도 타결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독일 여론도 추가 구제금융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최대판매 부수를 가진 빌트지는 독일 납세자들의 돈을 구멍 뚫린 항아리에 붓는 일을 그만두라고 촉구하고 있다. 빌트는 그리스에 대한 2400억 유로의 구제금융 가운데 880억 유로의 독일 지원금은 이미 저 멀리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주도이체 지는 최근 사설에서 “금융정책 면에서 2015년 6월30일은 메르켈 총리 10년 재임 중 최악의 날”이라고 비판했다.

유럽통합과 유로존, 그리고 발칸반도의 불안정한 기류 등 현안이 있지만 메르켈 총리는 1일 분데스탁을 통해 “훌륭한 유럽인은 보상을 통한 약속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이 찬성을 받을 경우, 메르켈 총리는 좀 더 화해적 자세로 나설 치프라스 총리와 대화를 다시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울 기회이기도 하다.

구제금융이 거부되더라도 그리스가 EU와 유로존에 머물고자 하는 한 다시 대화가 시작될 여지는 많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요아닝은 “유럽이 그리스에 문을 닫을 수는 없다”며 “라틴아메리카 국가가 실패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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