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직원들이 전하는 고객센터 별별 얘기

솔직히 말하면 내가 처음 키움증권에 입사했을  때, 내 자신이 상담원이라는 게 싫었다. 우리 회사는 온라인 증권사이기 때문에 지점이 없을뿐더러 모든 업무가 유선상으로 처리된다. 일반 콜센터처럼 불만사항만 접수하고 해결하는 게 아니라 고도의 전문지식으로 고객들과 거래상담도하고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며 일하는데 비해 사람들은 단순 콜업무만 하는 것으로 비춰져 직업을 무시하는 게 싫었다. “내 자신에게만 떳떳하면 됐지”라고 위로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신입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입사초기에 전화량이 유난히 많았던 날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고객이 오랜시간 기다렸고, 그 중 연결이 늦게 된 고객은 전화를 받자마자 불같이 화부터 냈다. “아 거기 먹을거나 쳐먹으면서 옆사람이랑 노닥거리는거 아니야? 전화나 빨리 빨리 받아!!”라고 소리치며 내 자존심을 건드렸다. 실제로는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목이 터져라 고객의 전화를 응대한 나로서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듯한 충격이었다. 내 고생을 알아달라는 게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상담원이라는 직업을 무시하는 말을 하는 고객은 밉게 느껴진다. 말그대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해서 전화한 것 아닌가? 이런 고객을 대할 때마다 나는 직업에 대해 큰 자괴감을 느꼈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었다.

그러다가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했다. ‘직장인 사춘기 증후군’이란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유도 없이 직장 일에 불만을 갖는 증세를 말한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겪는 일이지만 다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안게 되었고, 일상생활에서도 우울해지는 등 내게는 생각보다 심각한 병이었다. 잠도 안오고,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괴로울 지경이었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직원들을 위해 서비스업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교육을 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다른 콜센터 상담원들의 여러 녹취사례를 들으니 정말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고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최악의 사례로는 홈쇼핑 직원이 고객과 통화하는 도중 화를 참지 못하고 같이 욕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매우 심한 말이 오갔지만 같은 처지인지라 그 직원이 이해되기도 했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그러나 그 직원도 신입 때의 나처럼 고객을 대하는 기술이 부족했던 게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다. 그만큼 상담원이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쉽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강사로부터 감정조절을 할 수 있는 방법,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방법, 그리고 스트레스해소법까지 듣고 나니 그동안 감정노동으로 지치고 힘들었던 마음이 조금 위로가 되었다. 나는 그 중 한 방법으로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을 택했다. 멀리 떠나진 못하더라도 주말을 이용해서 가까운 곳에 다녀오고, 분위기 좋고 한적한 카페를 다니며 ‘나’에 대해 집중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차츰 내 직장과 일에 대한 열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나를 힘들게하는 고객도 많지만 ‘수고하십니다, 고생하십니다.’라며 밝게 인사해주는 고객과 연신 ‘고맙다, 도움줘서 감사하다.’며 뿌듯하게 만드는 고객들도 많다. 이런 분들을 생각하며 상담원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한다는 다짐을 한다.

어떤 이유로든 ‘사춘기’를 겪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나만의 스트레스해소법이나 사춘기극복법을 하나쯤 만들어 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직장생활은 마라톤 경주와도 같아서 오래 잘 달리기 위해서는 틈틈이 자신을 점검하고 쉴 줄도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이직으로 해결하는 것은 어느 시기가 되면 또다시 비슷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이 시기를 다음 단계로 오르기 위한 도약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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