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i&joy칼럼-②]

우리나라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그야말로 꽃보직으로 통한다.

금통위원 인사가 있을때마다 줄대기를 하려는 사람이 남대문까지 늘어선 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3억원이 넘는 고액연봉에다 고급 승용차와 운전기사, 비서가 딸려 나오고 한은을 상대로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거의 모든 자료를 요청해 받을 수 있는 특권을 누린다.

그 뿐인가. 임기가 4년이나 되다 보니 임기도중 정권이 바뀌어도 자리를 보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임기동안 누구하나 자리를 비워달라고 시비 거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금융통화위원회 수장인 한은종재의 위상은 얼마나 높겠는가. 장관자리 부럽지 않고 돈 많이 받는 재벌 기업 회장 부럽지 않은 자리다.

한은의 독립성은 이 뿐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을 잡기가 무섭게 소위 고액연봉을 받는 공기업 수장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했다. 산업은행장, 수출입은행장 등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하지만 한은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의 연봉은 손조차 대지 못했다. 그야말로 정권의 힘으로도 어쩌지 못할 만큼 외양상 한은의 독립성(?)은 막강파워 그 자체다.

돌이켜보면 불과 10~20년전만 해도 한은의 독립성은 지금에 비해 보잘 것 없었다. 필자가 한은 출입기자로 활약하던 지난 1990년대초까지만 해도 한은은 금리하나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당시 금융정책을 총괄하던 재무부와 독립성 문제로 싸우기 일쑤 였고 한은이 발표하는 성장률 수치가 기대이하로 나와 신문지상에 있는 그대로 보도되기라도 하면 청와대의 질책을 받고 해당 기사를 삭제하거나 고치기 위해 한은 공보맨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동분서주 하던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금융통화위원의 연봉도 지금처럼 고액연봉이 아니었다. 다만 한은의 위상이 서슬퍼렇던 시절 금통위위 정책결정에 따라 은행들의 희비가 엇갈리던 시절 명절때마다 선물공세를 받았을 정도로 금통위원이 가진 권한은 예나지금이나 막강했던 것 같다.

어쨌든 독립성 측면에서만 보면 오늘날 한은총재와 금통위원들이 누리는 특권은 그야말로 최고인 셈이다. 노무현정부시절 임명된 이성태 한은총재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까지 임기를 다 채우고 하고싶은 말 다하고 나간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은 위상은 어떠한가. 한때 한은총재가 현 정권(청와대)을 상대로 개별 정례보고를 했다는 이유로 한은노조가 발끈한 적이 있고 기준금리인상과 인하를 단행할 때 마다 “뒷북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보는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뒷북치기 금리인하논란이 일던 날 시장마저 노해 주가폭락으로 화답한 것은 금통위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지금 우리경제가 처한 사실을 한은이 제대로 파악하고 금리정책을 펴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없다. 지금 시장에선 소비심리가 사라져가고 있고 백화점마저 생필품 떨이에 나설 정도로 한국 경제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이런 위기상황에 긴급한 시장 장책이 제때제때 나오지 못한다면 우리경제의 앞날은 어찌되겠는가.

현정부야 다 지나갔다 치고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각종 경제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들께 요청하노니 앞으로 한은총재와 금통위원을 뽑을 때는 시장 잘 진단하고 타이밍 제대로 짚는 그런 사람을 선택해 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다른자리는 몰라도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경제분야 핵심정책을 이끄는 중요한 수장자리만이라도 정권의 시녀가 아닌 과감한 탕평인사를 통해 올바른 인사를 선택해 달라는 게 우리모두의 소원임을 차기 통치자들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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