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그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뭔가 잔뜩 긴장한 눈치다. 심지어 신격호 총괄회장(92)마저 92세의 초고령에도 불구, 최근 주로 한국에 머물면서 현장 챙기기에 열을 올려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해 우선 신격호 총괄회장의 행보부터가 예전과 다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의 말인즉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이후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예년 같으면 짝수달은 일본서 지내고 홀수달만 한국에 머물렀으나 최근엔 이런 셔틀경영마저 중단한 채 오로지 한국시장 챙기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특히 틈만나면 잠실 롯데월드 등 주요 현장과 매장을 방문한다고 했다. 특히 롯데월드에 들러서는 백화점을 비롯한 각 시설을 돌아보는데 2시간 이상씩을 할애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롯데월드 외에 다른 지역 백화점 주요 매장과 마트, 면세점 등 30여개 시설을 불시에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을 긴장케 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처럼 신 총괄회장이 비장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장남인 신동빈 회장을 못믿어서 일까. 아니면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일까. 이와관련 재계에선 크게 3가지 이유를 꼽고 있다.

그중 하나는 내수부진에 따른 경영독려차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는 내수산업에 거의 의존하는 그룹이다. 70여개 계열사가 있지만 수출해서 먹고사는 기업이 많지 않다. 백화점 호텔 마트 과자장사 술장사 그리고 음료장사가 그룹 사업의 대종을 이룬다. 그래서 최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롯데는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계열사마다 독자경영을 하는 모양새가 강했을 뿐 어느 한곳을 중심으로 응집력을 갖고 움직이는 그룹집단은 아니었다. 그룹 전체 매출도 86조원으로 계열사 수에 비하면 아직 그 규모가 큰 편도 못된다. 그룹 외형을 200조원까지 키운다는 게 목표이긴 하지만 이렇다할 획기적 사업확장 없이 어떻게 달성해 나갈지도 여전히 관심거리다. 그런데 최근 내수불황까지 겹치다 보니 총괄회장인 신격호 회장으로서도 현장경영을 강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신격호 총괄회장이 비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로 내수부진이 다는 아닌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경제민주화가 강조되고 더불어 롯데와 비슷한 업종을 영위하는 신세계 그룹 등이 정부로부터 크게 당하는 것을 보고 ‘강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게 된 것도 롯데를 긴장케 하는 주된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들어 유통업체들의 골목상권 죽이기 근절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면서 이마트 등이 집중타를 얻어 맞자 롯데마트와 백화점 등 유사업종을 거느리고 있는 롯데그룹마저 더불어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뿐아니다. 이명박 정부시절 큰 혜택을 받은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 또한 롯데에겐 조심스런 대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시절 큰 숙원이던 제2롯데월드 허가를 따내면서 재계에선 대표적인 MB정부 수혜기업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롯데가 새정부의 경제살리기 움직임을 외면한다거나 정책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일 경우 무사하겠느냐는 심리도 롯데를 긴장케 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재계에 따름면 20여년전부터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건립을 위해 공을 들이기 시작했고 초창기 이 작업에 필요한 전담직원을 공채한 일까지 있었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 건립이 표류하면서 이 목적을 위해 채용됐던 직원들은 퇴직하거나 백화점 등 다른 계열사에 뿔뿔이 흩어져 배치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그룹의 숙원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해결해 준 것이다. 재계가 롯데를 MB정부 주요 수혜기업으로 꼽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선지 롯데측은 최근 들어 제2롯데월드를 둘러싸고 무슨 부정적인 뉴스라도 생길까봐 크게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발 제2롯데월드가 말썽 없이 건설되길 학수고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제2롯데월드와 관련해 어떤 이슈라도 터지게 되면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등 그룹 주요 경영진이 직접 현안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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