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고객센터 직원들이 전하는 별별 얘기

키움증권 고객만족센터 VIP담당자들의 경우  직원당 평균 100~200명의 고객을 전담하고 있다. VIP고객들은 그 혜택과 소속감 때문에 키움증권에 대한 애정이 클 뿐 아니라 담당직원과의 친밀감도 높은 편이다.

내가 150명 정도의 VIP 고객을 담당하고 있을 때였다. 그 중엔 계좌당 무려 10억원이 넘는 자산을 여러 계좌 보유한 고객도 있었다. "VIP인데 그정도는 뭐..."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 고객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대구에 거주중인 미혼의 남성이었다. 키움증권에 전화할 때마다 담당직원인 나와 연결되니 전화상이지만 굉장히 친한 사이가 되었고 자주 안부도 묻곤 했다.

게다가 이 고객은 업무사항 외에도 서울에 볼일이 있어 올라올 때는 정확한 날씨를 내게 물어보았고,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 친구추가를 하자는 제안도 해왔다. 스마트시대에 맞춰 전화상이 아닌 메신저로 대화하자는 이유였다. 그러면서 사진도 보고 궁금한 것을 편히 물어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좀 망설였다. 사실 나 같아도 내가 어느 기업의 VIP고 담당직원이 있다면 그 사람의 얼굴 등이 궁금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업무 외의 시간에 다른 수단으로 연락을 취해 만나다가 불상사가 생기면 그 책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입장에서는 가능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나 역시 담당하는 고객의 얼굴이 궁금해서 ‘카카오톡 친구추가만 해서 잠깐 얼굴보고 지울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10억원 넘는 자산을 가진 미혼의 70년대 후반생 남자, 전화상 목소리도 좋고 말투도 차분해서 궁금증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시도하진 못했지만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개인적 흑심(?)’을 품었던 고객이다. 그때는 마치 내가 영화 ‘접속’의 전도연이 된 기분이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안내를 하다보면 고객의 화면을 같이 보고 진행해야 하는 서비스를 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기본적으로 직원의 이름을 고객에게 알려준 후 고객PC에 접속하여 업무를 처리한다.

여느 때와 같이 오전 업무가 끝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그 시기 한창 인기가 많았던 미니홈피 사이트에 접속했다. 쪽지함에 모르는 이름으로 온 것들이 있었다. 요즘 이메일뿐만 아니라 쪽지로도 광고를 많이 하기 때문에 스팸쪽지라고 생각했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 순간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쪽지의 내용은 “안녕하세요, 키움증권 다니시죠? 저번에 정말 고마웠습니다. 목소리가 참 예쁘시더군요”였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런 말은 우리 고객만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나를 찾은걸까"  애써 침착해지려 노력하면서 고객명단을 찾았는데 지난 상담 중 그 분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내 이름이 흔치 않은 이름이고, 올렸던 게시물 중 회사와 관련된 내용이 있어서 쉽게 찾았겠구나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한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세상이 생각보다 좁다'는 말은 수없이 들어왔지만, 이제 SNS까지 등장하면서 이제 그 좁다란 세상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나를 쉽게 찾고, 내가 올리는 게시물을 통해 내 일상을 다 들여다 볼 수 있게 됐다. 나도 그걸 이용해서 궁금했던 고객의 얼굴을 보고자 한 것도 사실이지만 당하는 입장이 되고보니 조금은 불안하고 무서워졌다. 그 이후로 나는 미니홈피도 비공개로 해놓고 여간해서는 SNS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고객에게 좀 더 친절한 직원이 된 점이다. 언제 어디서 나를 지켜볼지 모르는 고객들 덕분에 오늘도 긴장하며 좀 더 좋은 직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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