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대 성향 변화 따라 장례식장에서도 결혼식... "건물이 환상적이라서"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불황에 빠진 미국의 장례식장들이 결혼식을 통해 불황을 타개하고 있다고 야후뉴스가 22일 보도했다.

장례식장이나 무덤에서 결혼하는 장면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2005년 한국의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주인공인 흡혈귀 심혜진(극중에서는 박봉곤으로 소개된다)이 인간 이두일과 결혼하는 장면 정도다.

현실에서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엄숙한 태도와 결혼식은 조화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불황이 깊어지면서 마침내 이런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이다. 미국의 젊은 세대가 종교와 죽음에 대해 이전 세대와 다른 태도를 갖게 된 것도 한 원인이다.

인디애나폴리스의 장례 관련 기관인 워싱턴 파크 이스트 세미트리 어소시에이션은 올해 50건 이상의 결혼식을 유치했다.

이 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부 다네사 몰린더는 “건물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 곳에 이끌렸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관계자들은 간소하고 저렴한 장례식이 선호되면서 경영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한 화장의 비중이 더욱 커지면서 입관해 매장하는 일의 실적도 더욱 감소했다. 장례식장들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한편 이들이 하는 일을 대중이 꺼리는 경향은 약화됐다.

미국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도 줄어들어 장례식장에서 결혼식 등을 올리는 데 대한 거부감도 낮아졌다.

미국의 전국 장례식 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조사에 응한 280개 장례식장의 10%가 커뮤니티 센터를 짓고 장례식 이외의 다른 행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장례식장의 비율은 2011년 6% 였다.

장례식 협회의 마이크 니코데무스 부회장은 “젊은 세대는 부모나 조부모들의 죽음에 대한 자세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예전만큼 종교적이지는 않다”며 “전에는 장례식장이 오로지 장례식만을 위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활동에 이용된다”고 밝혔다.

스티븐 프로데로 보스턴 대학교 종교학 교수는 야후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와 무관한 사람들이 특히 장례식장에서의 다른 행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기업인에게는 상응하는 보답이 온다고 한다. 미국 장례식장에서 갈수록 결혼식이 늘어나는 모습은 이런 교훈을 증명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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