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등 일부 종합편성방송(이하 종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종편의 일부 프로그램이 동시간대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을 위협하면서 방송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움직임은 정부의 기존 지상파 방송에 대한 장악력이 커진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JTBC를 비롯한 MBN 채널A TV조선 등 4개 종편 채널들은 ‘천덕꾸러기 신세’ 그 자체였다. 시청률 1%를 넘기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울 만큼 실망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설상가상 광고시장에서도 푸대접을 받고 이것이 다시 제작비 감소로 이어져 프로그램 고급화마저 차질을 빚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배려로 SO(케이블 플랫폼 방송사)들이 이들 종편에게 기존 3대 지상파 방송 바로 뒤에 위치한 황금 채널번호를 부여했지만 번호가 아깝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연말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이들 종편 채널들은 가까스로 기사회생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드라마 등 돈드는 프로그램 대신 패널 몇 명 앉혀놓고 대선판도를 신랄하게 흔들어 가면서 지상파 3사보다 리얼한 방송을 내 보내면서 설땅을 찾기 시작했다. 기존 지상파 3사가 여야의 눈치를 보면서 대선뉴스를 스테레오타입적으로 내보낼 때 이들 상업 종편방송들은 특유의 치고빠지기식 대선 판세 보도로 나름의 시청자를 확보하면서 제작비도 절감하고 나름의 명맥도 이어가는 틈새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이어 올들어선 JTBC가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종편의 백미는 역시 ‘무자식 상팔자’ (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였다. 주말만 되면 중년의 주부 시청자들이 무자식 상팔자를 보기 위해JTBC로 채널을 돌리는 일이 확산되면서 이제 종편도 프로그램만 잘 만들면 얼마든지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확신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 무자식상팔자의 출연진들.

물론 종편 채널은 KBS MBC SBS 등 직접 전파를 쏘아 각 가정까지 자기 프로그램을 자력으로 보낼 수 있는 지상파 방송에 비하면 아직은 초라한 수준이다. 뉴스 드라마 오락 등 모든 분야 방송프로그램을 골고로 모두 종합 편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만 기존 지상파 방송과 같을 뿐 아직은 인지도나 광고매출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우 연간 광고매출규모가 방송사당 7,000억원수준을 넘나든다. 그러나 종편채널 매출은 이들 방송사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드라마 제작 등에서 경쟁자체가 어렵다. 제대로된 드라마 작품을 만들려면 수백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기 일쑤다. 그런데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존 지상파 방송만이 드라마부문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제작비가 열악한 종편채널들은 제대로된 드라마 제작이 어렵다보니 값싼 외화를 사다가 방영하면서 종편 프로그램 비율을 맞추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돈안드는 뉴스나 패널토론으로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종편의 한계를 예견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편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JTBC가 드라마 부문에 과감한 투자에 나서면서 다른 종편과는 차별화에 성공하고 나아가 기존 지상파까지 위협하는 상황을 연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 뿐 아니다. CJ 태광 등 일부 재력있는 재벌계열 SO업체들이 언젠가는 기존 종편중 일부를 인수해 방송계에 뛰어들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향후 방송계 판도는 ‘기존 지상파 3사’ 대 ‘재벌계열 종편’의 양자대결구도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록 종편의 경우 아직 여러측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뉴스부문에서는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을 상당수준 위협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상업방송 특유의 치고빠지기식 보도로 나름대로 뉴스시청자들을 확보해 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기존 지상파3사는 뉴스보도 등에서 정부의 눈치를 상대적으로 많이 살피다 보니 종편의 뉴스채널만큼 역동적이지 못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지상파 방송의 한관계자는 “과거엔 방송사인허가권을 쥔 방송위원회가 정부의 직접통제권 밖에 있었으나 이명박 정부들어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로 새출범한 뒤 완전 정부조직내로 포함되기에 이르렀다”며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존 공영방송들의 경우 정부의 눈치를 더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공영방송사들이 뉴스 제작 등에서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사이 종편들이 과감한 뉴스 제작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영역을 침탈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종편들이 뉴스 역동성을 무기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재력 있는 종편이 과감한 투자로 드라마 부문까지 지상파를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일부이긴 하지만 종편이 지상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JTBC는 당초 30부작으로 기획했던 무자식 상팔자의 시청률이 종편 프로그램 사상 처음으로 두자리수 대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자 40부작으로 늘려 방송하는 상황까지 연출해 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JTBC가 과거 TBC의 위상을 되찾고 기존 지상파 3사의 아성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이어 CJ 태광 등 기존 케이블방송(SO) 강자들이 향후 종편을 인수해 방송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를지 여부도 방송계에선 사라지지 않은 시나리오중 하나로 꼽고 있다. 

최근에는 사극인 궁중잔혹사에서 모유 수유 장면이 지나치게 부각돼 선정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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