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특별사면 이후 첫 현장 방문지로 대전과 세종시, 오송 등 3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선택했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SK그룹의 신성장 동력도 창조경제 실현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SK그룹은 18일 "최 회장이 대전·세종센터에서 추진 중인 창조경제의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반시설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지원책을 점검하고 확인하기 위해 창조센터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8시 19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후 곧장 대전으로 향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대전 혁신센터를 찾아 "창조경제 분야에서도 현재 속도와 범위보다 더 큰 활성화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개소 당시 옥중서신으로 "창조경제의 성과가 조기에 나올 수 있도록 SK가 갖고 있는 전 역량을 다해 추진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대전센터에 입주한 벤처기업 사무실을 찾아 직원들과 인사한 뒤 입주 업체들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일부 업체의 시연 장면을 지켜본 최 회장은 "다음번 목표가 무엇인가" "사업 모델 특징이 무엇인가" "기술은 좋은데 사업모델로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최 회장은 인큐베이팅을 받고 졸업을 앞둔 벤처기업 대표들과 1시간가량 간담회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대전센터 입주 이후 수출기업으로 성장한 씨메스의 이성호 대표,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그랑프리를 수상한 테그웨이의 이경수 대표,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연구원에서 벤처 사장으로 변신한 박지만 엘센 대표, 올해 카이스트를 졸업한 청년사업가인 황민영 비디오팩토리 대표 등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대전센터의 주요 시설을 둘러본 뒤 입주 벤처기업의 사무실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을 격려했다.

입주 업체인 나노람다 코리아가 "칠레 정부와 포도의 당도를 측정하는 기술공급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소개하자 최 회장은 "이번 성공을 발판 삼아 더 큰 성공이 있길 바라고 SK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첫 방문지로 창조경제혁신센터 선택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시책 중 하나인 ‘창조경제’에 적극 호응하면서 SK그룹에 필요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쓰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최 회장은 “기술 경쟁력이 있어야 기업도 국가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며 “SK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입주업체 대표들과 도시락으로 오찬을 함께하며 90여 분간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대전센터를 과학기술을 활용해 손쉽게 창업을 하고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구심점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면서 "후배 벤처기업인들이 이런 취지를 실감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SK그룹과 윈-윈 모델을 구축하면서 창조경제 생태계를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입주 업체 대표들도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여수아 한국청년창업연합 회장은 "SK가 최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디딤돌과 비상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면서 "이런 것들이 청년 창업단체와 연관돼 창업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경수 테그웨이 대표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장점을 묶어 상생 패러다임으로 가야 한다"며 "대기업의 효율성·자금력과 벤처의 파괴적 혁신을 접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영 비디오팩토리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조그만 벤처캐피탈도 수백 개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는 반면 한국은 투자에 소극적"이라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이성호 씨메스 대표는 벤처기업 제품을 대기업이 의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쿼터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타트 업 대표들의 발언을 경청한 최 회장은 "벤처기업의 고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생태계 조성은 어느 한 쪽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같이해야 서로 목표가 같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리콘밸리는 우리보다 좋은 생태계를 갖고 있어 우리 상황과 동일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며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봐야 하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오후에는 세종센터를 찾아 창조마을 시범사업의 성과와 향후 운영 계획을 점검했다. 세종센터는 지난해 10월 시작한 창조마을 시범사업의 성과를 발전시켜 농촌형 창조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SK그룹의 정보통신 기술과 에너지 기술을 접목시킨 첨단 농법을 개발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살기 좋은 농촌,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고 있다.

최 회장은 세종센터 관계자들에게 "농업이 첨단산업을 만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 농촌형 창조경제 현장"이라면서 "이런 모델이 전국과 해외로 확산될 수 있도록 농업의 첨단 산업화를 구현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방침에 따라 대전과 세종에서 진행되는 '쌍끌이 창조경제'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도록 그룹이 보유한 특허 기술 공유를 확대하고 에너지·화학·반도체 기술을 벤처기업의 사업화 모델에 이식하는 활동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최 회장은 '고용 디딤돌'과 '청년 비상' 등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이 대전·세종센터와 연계해 창조경제 활성화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최 회장은 바이오·신약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도 방문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국에 산재한 만큼 각 센터들의 특장점을 벤치마킹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취지다.

대전과 세종센터를 둘러보던 중 최 회장이 “맨날 우리가 하는 것만 봐서 되겠느냐. 남들이 잘하는 것도 한번 보고 싶다”고 해 갑자기 추가된 일정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만우 SK그룹 부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창조센터 방문은 SK그룹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가시적인 성과 창출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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