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지난 18일 두 자리 수 홈런을 달성했다. 그러나 강정호는 이날 경기에서 또 다른 해프닝으로 홈런 이상의 눈길을 끌었다.

병살타를 친 후 덕아웃에서 홧김에 헬멧을 집어던진 장면이 현지 중계에 포착된 것이다.

국내 팬들은 행여 강정호의 분노 폭발이 불이익을 초래할까 염려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개척의 선구자 박찬호가 LA다저스 시절, 상대 투수 팀 벨처와 몸 싸움을 벌이던 중 이단 옆차기를 구사해 출장 정지를 당한 적이 있다. 싸우더라도 발을 썼다는 것은 더욱 용납 못할 공격적 행위로 간주된 것이다.

하지만 강정호의 ‘헬멧 투척’보다 이틀 앞 선 16일, 비슷한 일이 벌어졌는데 결과는 강정호보다도 더 심각했다. 샌디에고 패드리스의 강타자 저스틴 업튼이 견제사를 당한 후 덕아웃에서 헬멧을 집어던졌는데 이게 하필이면 팀 동료 욘더 알론소의 머리를 강타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알론소가 교체될 정도로 심각한 결과를 야기했다. 업튼에 비하면 강정호는 그야말로 단순 해프닝인 것이다.

 

▲ 헬멧을 투척하기 직전의 저스틴 업튼. /사진=MLB.com 화면캡쳐
▲ 헬멧 투척의 결과를 확인한 업튼의 표정.
▲ "내 이렇게 싹싹 빌려고 헬멧을 던졌던가..." 등번호 10번이 업튼이다.

 

한국과 미국의 풍토 차이가 또 한번 확인되는 장면이었다.

한국에서 업튼처럼 팽팽한 승부에서 견제사를 당하면, 덕아웃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감독님 눈치만 보게 마련이다. “경기 끝나고 주루코치하고 남아라”는 지시면 감지덕지고, “일벌백계 차원에서”란 말이 나오면 2군행 보따리를 싸야 한다.

어디 감히 제가 잘못해 놓고 어디서 성질을 부린단 말인가.

하지만 미국에서는 겸허함보다 기를 살려놓는 게 더 중요한 모양이다. 한번 실수했다고 주눅이 들어있다간 정말로 짐을 싸야 한다. 그래서 다른 피해를 유발하지만 않는다면 약간의 결기도 폭넓게 수용된다.

그래도 팀 동료를 덕아웃 바닥에 뻗게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기세등등하던 업튼은 삽시간에 알론소 앞에서 싹싹 빌어야만 하는 처지가 됐다.

강정호와 마찬가지로 그도 그날 경기를 팀이 이긴 것이 난감한 상황을 해쳐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들이 격렬하게 분노하는 듯 해도 속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성을 잃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전설의 좌완 투수는 팀이 0 대 1로 패한 날, 라커룸의 모든 기물을 부쉈는데 팀 동료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절대 왼팔은 쓰지 않는 것을 모두들 알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