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는 학교에서 친구들이 엄마 아빠와 극장 나들이 다녀왔다는 얘기를 들을 때 제일 부럽다. 티켓 값도 엄두도 못낼 만큼 비싸지만 무엇보다 엄마 아빠가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준호는 절실한 소원을 이뤘다. 200명의 다른 다문화가정 식구들과 함께 문화마을 들소리의 국악콘서트 ‘월드비트 비나리’ 공연 초청을 받고 국립극장을 가게 된 것이다. 엄마 아빠도 함께였다.

 

한국의 전통 타악과 판소리 등 빠르고 역동적인 우리장단에 흥겨운 퍼포먼스까지 함께 어우러진 비나리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이 났고, 공연 마지막에는 준호도 무대에 올라가 다른 다문화 가정 친구들과 어울려 기차놀이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소원떡이 들어있는 복주머니까지 받은 준호는 “엄마아빠와 함께해 더욱 신나는 공연이었어요. 저도 커서 형, 누나들과 같은 멋진 배우가 될래요” 라고 말하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의 행사는 한국수출입은행(www.koreaexim.go.kr, 은행장 김용환)이 주최한 것이었다. 국책은행인 동시에 주요 대외 협력기관인 수출입은행은 한국과 교류하는 상대국가의 사회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정보를 입수해 업무에 활용한다. 그 나라 국민들의 생생한 실상을 국내 기관 중 수출입은행만큼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을 찾기도 어렵다. 한국에 들어온 이들 나라 출신의 국민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출입은행은 사회공헌 활동을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는 차원 이상으로 상생 성장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간주하고 있다. 최근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기업 사업내용과 연관된 특정분야 등에 대해 인력, 자금, 기술을 지원하는 ‘테마형 사회공헌’으로 진화하고 있기도 하다.

 

수출입은행은 이런 점을 감안해 은행에 특화된 ‘희망씨앗(SEED)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1. 취약계층의 자립지원 2. 다문화가정 및 탈북민 등 신구성원의 사회적응 지원 3.  글로벌 사회공헌으로 분류해 시행중이다.

 

수출입은행은 일회성 후원 및 단순 금전 기부를 지양하고,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봉사·기부, 재능기부, 자매결연 등의 활동을 통해 국내외 소외계층의 자립을 실질적으로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명절에 서울역 노숙자들 점심 대접과 노원구 중계동 달동네의 독거노인, 결손가정에 연탄 직접 배달 등 활동을 펼쳐 왔다.

 

또 지난 2005년 홍천군 성수리 마을과 자매결연을 체결한 이후 매년 자매마을을 방문해 무료 건강검진, 농사일손 돕기도 하고 있다. 아울러 육군 제5군단과 ‘1사1병영’ 자매결연을 체결해 모범장병들에게 취업교육과 산업시찰을 제공한다.

 

특히 대외 경제협력 활동을 펼치는 기관인 만큼 수출입은행은 이와 관련한 사회공헌 활동을 다각화하고 있다.

 

한국이 무역수지흑자를 기록하거나 주된 원조대상국인 아시아 개발도상국 출신의 이주민, 다문화가정의 안정적 정착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농촌지역에서도 다문화가족이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결혼이주여성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의 시설 확대를 돕고 있다.

 

지난해에는 6월 여수세계박람회에 다문화 가정의 부모·자녀 300여명을 초청했고 7월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와 함께 다문화 어린이 300여명을 여의도 본점 강당으로 초청, 뮤지컬 ‘경제박사 재크의 신비한 모험’ 공연을 개최했다.

 

9월에는 9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및 최초의 다문화어린이 대안학교인 지구촌학교 어린이 총 240여명을 대상으로 ‘수출입은행 생생 경제·금융교실’을 여는 등 지속적이고 특화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1년 사회공헌 활동 규모만 해도 20억3000만원에 달했지만 2012년에는 40억9000만원으로 더욱 급증했다. 2013년에는 50억원의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다문화·탈북가정 후원 규모를 지난해대비 2배 이상인 15억원으로 늘려 다른 기관의 사회공헌 프로그램과 차별되도록 했다.

 

탈북민 가정 지원을 위해서 탈북민 고용 사회적기업을 신규 발굴해 지원을 확대하고 탈북 청소년에 대한 장학금과 탈북민 대안학교 앞 교육비를 지속적으로 후원할 예정이다.

 

이들 가정의 아동 대상 합창제와 연극제 등 문화 기회 제공을 위한 신규 사업도 발굴하고 있다.

 

수은 직원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봉사의 기회를 줌으로써 건전한 사회참여 의식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희망씨앗 대학생 봉사단’을 창단하고 전국 400여개 대학 대상으로 봉사단을 모집해 연중 지속적으로 수은 직원과 함께 봉사활동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김용환수출입은행장은 27일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주로 공부하는 다애다문화학교를 방문해 2000만원의 후원금을 이순근 이사장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김용환 행장은 이 학교의 학생들에게 격려의 말도 함께 전했다.

 

김 행장은 “수은 희망씨앗은 작년부터 다문화 초등대안학교인 ‘지구촌학교’와 ‘다애다문화학교’를 함께 후원해 다문화자녀의 교육 지원에 힘쓰고 있다”면서 “다문화 대안학교의 교육을 통해 다문화가정의 꿈나무들이 희망과 비전을 품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인재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용환 행장은 주요 국가기관장 가운데서도 탁월한 업무 파악 능력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국회의원들로부터 매서운 공세 대신 호평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는 수출입은행의 대외 협력 업무를 더욱 뚜렷하게 나타내기 위해 은행 명칭 변경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