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은 온전한데 신체기능 제어 안돼...꾸준한 관리와 보호자 지원 필요

▲ 출처=생로병사의 비밀 홈페이지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8만5000여 명(2014년 기준)으로 4년간 40% 이상 급증했다. 뇌줄중, 치매와 더불어 3대 뇌질환인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온몸이 떨리거나 굳는 등의 운동기능 이상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3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2일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파킨슨병의 경우 완치는 어렵지만 꾸준한 관리로 진행 속도를 충분히 늦출 수 있는 질환"이라는 조언과 함께 사회적인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파킨슨병은 운동과 쾌감을 담당하는 신경물질 '도파민'을 생산하고 저장하는 흑질 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로 인해 점점 감소하게 되는 병을 말한다. 체내에 도파민 양이 부족해지면 운동기능에 장애가 생기는데 사람마다 그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걷다가 멈춰서는 보행동결 증상,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증, 관절경직, 떨림이 대표적이다. 현재 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고 다만 증상을 개선하고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한 치료가 이뤄진다.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 교황 요한바오로 2세도 파킨슨 질환자다. 그런가하면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폭스는 30대에 파킨슨 병 진단을 받고 스크린을 떠나야 했지만 꾸준한 자기관리와 가족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고 2년 전 컴백을 선언하기도 했다.

38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45살 김용주씨는 메모지 한 장을 집거나 핸드폰 문자를 쓰는 것조차 힘겹다. 하루 7회에 걸쳐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약효가 떨어지는 시간에는 일상생활에 제약이 많다. 김용주씨는 "병이 진행될수록 사람 만나는 걸 피하게 된다. 혼자 생활하고 있는데 증상이 악화돼서 온몸이 굳어지면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약기운이 떨어질 때는 배고파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고 화장실에서 바지를 올리는 것도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신체적인 기능 저하와 함께 우울증, 불면증, 환시 등 비운동성 증상을 함께 호소하기도 한다. 김용주씨의 우울 정도를 평가한 의료진은 "한창 왕성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와중에 파킨슨 질환 발병으로 삶의 질이 떨어져 2차적으로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지만 파킨슨 병 자체가 신경전달물질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매와는 달리 파킨슨병의 경우 정신은 멀쩡한데 몸은 말을 안 듣는다. 자신을 밧줄로 꽁꽁 묶어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불편을 환자 스스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게 힘든 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20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유인옥씨는 얼마 전 수술을 받고 증상이 크게 호전됐다. 수술 전 몸이 심하게 떨리고 중심잡기가 어려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넘어졌던 유인옥씨는 "4년 전 크게 넘어져 어깨 탈골수술을 받기도 했다. 약 종류와 먹어야 하는 횟수는 늘어나는데 약효시간은 짧아져갔다. 그나마 약을 먹고 나서 30분 정도 상태가 호전됐을 때 운동을 가곤했는데 속도 조절을 못해서 앞으로 뛰쳐나가기 일쑤였다"고 말한다.

유인옥씨는 뇌 활동에 자극을 줘서 떨림, 경직 등 이상운동 증상을 억제시키는 수술을 받았다. 머리에 작은 구멍을 내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하시상액에 전기자극을 주는 미세 전극을 삽입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범석 교수는 "수술은 약물 효과를 대체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약물 효과가 불규칙적일 때 수술로 증상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수술로 병을 완치하는 게 아니다. 병은 계속 진행하기 때문에 속도를 다스리는 정도다. 재활치료와 약물치료,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문의들은 파킨슨병에 대해 "퇴행성 뇌질환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진행되게 마련이다. 결국 한번 발병하면 평생 함께 가야 한다. 다만 당뇨, 혈압처럼 잘 관리하면 여생을 충분히 잘 보낼 수 있다. 병을 진단받으면 많은 환자들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지 여부를 걱정하는데 오히려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16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58세 서선이씨는 꾸준한 운동과 노래를 통해 병을 이겨내고 있다. 발병당시 쉽게 가눌 수 없는 몸과 사람들의 시선에 우울증을 겪기도 했던 서선이씨는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남은 건 병과 아이들 뿐이라는 게 억울했다. 받아들이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1년 전부터 탁구를 시작했고 병원에서 진행하는 운동치료에 열심히 참여한다. 또 파킨슨병 환자들은 성대까지 좁아지는데 노래를 통해 유지하고 있다. 즐거워서 노래하는 것도 있지만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파킨슨병은 환자의 삶은 물론 보호자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대한파킨슨협회 조사결과 보호자 중 19.8%가 간병을 이유로 직업을 포기했으며 10명 중 7명이 경제적인 부담을 호소했다. 또한 10명 중 4명은 간병으로 인해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답했다.

파킨슨 환우회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정재웅, 권이순씨는 최근 정재웅씨의 파킨슨 증상이 악화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놓여있다. 10년 전 파킨슨병을 앓고 수술로 증상이 호전된 권이순씨는 "내가 겪어본 병이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남편의 증상은 전혀 달랐다. 병의 증상이 급격히 악화돼 요양병원에 입원해있다. 24시간 돌봐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입원비를 제외한 약값과 생활비는 빚이다. 내 몸도 성치 않은 상황에서 보호자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한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은 "고령화 시대에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은 더 이상 환자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사회적인 관심과 함께 간병을 위한 폭넓은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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