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식습관 및 잦은 음주가 젊은세대 당뇨병 발생 높여

[초이스경제 김슬기 기자]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젊은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 9년간 30~40대 당뇨병 환자 비율은 각각 315%, 321%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이런 가운데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는 당뇨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골든타임의 중요성에 대해 보도했다.

17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생로병사의 비밀'이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세대의 지속적인 혈당 체크와 생활습관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 출처=KBS 생로병사의 비밀

 

29살 김지연씨의 체중은 139kg으로 초고도비만 상태다. 평소 육류, 밀가루, 인스턴트 음식을 즐겨먹는다는 김지연씨는 저녁식사를 하고도 밤 10시 피자와 맥주로 허기를 달랜다. 김지연씨는 "규칙적인 시간에 식사를 챙기지 못하다보니 밤에 폭식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체중관리를 위해 운동을 나갔다가도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서 많이 먹게 된다"고 말한다.

김지연씨의 체질량지수(BMI)는 52로 정상수치인 18.5~22.9를 크게 웃도는 초고도비만 상태다. 그런가하면 공복혈당 수치가 185를 넘어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김용진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교수는 "비만과 생리불순 자체가 당뇨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동양인의 특성상 당뇨병이 빨리 악화하는 점, 생리가 없어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향후 나쁜 경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나쁜 경과라는 것은 망막 변성이나 콩팥 혈관이 상하는 등 합병증이 빨리 올 수 있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40대 초반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김정은씨 역시 자신의 식습관을 발병 이유로 꼽는다. 김정은씨는 식사시간이 불규칙할 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등 당질 위주의 간식 섭취가 잦았다. 늦은 시간 야식을 즐겨먹기도 했다.

김정은씨는 "몇년 전 당뇨병 진단을 받고 합병증이 가장 두렵다. 손가락이 찢어지고 피가 나면, 아프니까 약을 바르고 조심하게 되는데, 당뇨는 확실히 어떤 증상을 모르다보니 방치하게 된다. 의지박약이라고 생각하면 제자신이 한심스러울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 출처=KBS 생로병사의 비밀

 

음식을 섭취할 때 췌장은 혈당 조절을 위해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탄수화물 과잉 섭취 시에는 포도당이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 상태로 저장돼 중성지방 형태로 쌓이게 된다. 중성지방은 인슐린 기능을 저하시키고 췌장은 혈당 유지를 위해 무리하게 작동한다.

전문가는 "최근 젊은세대에서 내장지방이 쌓여 생기는 복부비만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식습관 문제와 함께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불규칙한 수면시간, 각종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잘못된 식습관과 함께 잦은 음주는 췌장 기능 장애와 당뇨병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다. 38살 황정우씨는 알코올성 췌장염 진단받은 지 1년 만에 당뇨병 선고를 받았다. 8년간의 직장생활에서 이뤄진 과음이 문제였다. 황정우씨의 중성지방 수치는 2000으로 정상치의 10배였고 공복혈당 수치 역시 218로 정상(79~100mg/dL)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황정우씨는 "암은 젊은 나이에도 걸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뇨병은 나이가 들어서 고민해야 하는 병인 줄로만 알았다. 우리나라 조직 문화에서는 술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많이 마셨다. 인슐린 주사를 하루 3번씩 맞고 나서야 관리를 안했던 게 후회가 됐다"고 말한다.

아이슬란드의 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진단 시 환자들의 인슐린 생성 및 분비를 담당하는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고 3년 뒤부터는 베타세포가 더욱 감소했다. 결국 당뇨병을 조기발견해 베타세포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관건으로 여겨진다.

당뇨병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주기적인 혈당 측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 혈당 수치 측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낮은 상태다. 당뇨병의 전단계인 전당뇨병의 경우 공복혈당 수치가 100~125mg/dL, 식후 2시간 혈당이 140~199mg/dL, 당화혈색소 수치가 5.7~6.5%인 상태로 적극적인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 출처=KBS 생로병사의 비밀

 

안철우 강남세브란스 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사실상 당뇨 전 단계의 경우도 췌장 기능이 망가지고 있는 상태라 볼 수 있어 당뇨병성 합병증과 혈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잠재적 당뇨병이 아닌 하나의 질병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뇨 환자까지 합쳐 당뇨 환자가 약 23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일본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당뇨병 진단 엑세스 혁명'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당초 10개 약국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제 참여하고 있는 약국만 1000여 곳에 이른다. 각 지역의 주민들은 약국에서 쉽게 혈당 체크를 할 수 있고 주의가 필요할 경우 약사로부터 당뇨 관리에 도움을 얻는다.

나오야 쓰쿠바대학교 내과교수는 "일본에서는 과거 50년간 당뇨병 환자 수가 40배 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급증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당뇨병 위협에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혈액 검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으로 당뇨병 조기발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본의 한 회사에서는 구내식당 메뉴에 건강식단을 따로 추가하는가 하면 직원들의 운동습관을 유도하기 위해 목표운동량과 체중달성 여부를 측정해 포인트를 쌓으면 그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헬시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니가타현의 한 마을에서 의료원을 운영하고 있는 가미무라 노리히토 원장은 당뇨병 합병 위험이 큰 당화혈색소 8% 이상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 8'을 이어오고 있다. 약국, 검진센터, 운동교실, 종합병원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환자들의 건강 개선을 돕는 것이 프로젝트의 주 내용이다.

'생로병사의 비밀' 측은 "숨이 찰 정도로 빠른 보폭으로 걷기운동을 하거나 수영, 아쿠아로빅, 자전거 등 전신 유산소 운동은 복부비만 및 혈당 개선에 효과적이다. 실내에서 간단히 이뤄지는 근력운동 역시 내장지방을 줄이고 혈당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며, 같은 부위를 매일 반복하는 것보다 48~72시간에 한 번 반복할 경우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다. 또한 야채와 단백질 위주의 적당한 식사량이 도움이 되며 요가, 스트레칭 등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전당뇨 상태에서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얼마든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한번 당뇨에 이르면 췌장 세포 파괴와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건강한 삶을 되찾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평소 몸무게와 키처럼 자신의 혈당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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